피해자 중심주의 조항 없어 … 용어 정의 및 기타 보완 조항 미비해

기자명 김도희 기자 (dhayleykim@skkuw.com)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 왔다. 대학 사회 내에서도 피해자 중심주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옴에 따라 학칙개정운동이 전개됐다.
 

학칙개정운동은 대학 내 반성폭력운동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90년대부터 대학 내에서 외면 받던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97년에는 18개 대학이 함께한 ‘학내 성폭력 근절과 여성권 확보를 위한 여성 연대회의’가 꾸려지기도 했다. 이후 반성폭력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성폭력 상담소들이 생겨나고 각 대학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명문화하거나 그 외 조항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학칙 개정이 이뤄졌다. 연세대는 지난 2004년 11월에 피해자 중심주의를 골자로 하는 성폭력 관련 학칙 개정을 시행했다. 개정된 학칙은 ‘성폭력을 조사·심의·처리하는 과정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됐으며 서강대와 한양대도 이와 같이 명문화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같은 내용이 ‘신고인 중심의 원칙’이라는 조항으로 학칙에 반영돼있다. 고려대와 중앙대의 경우에는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명시돼있지는 않지만, 각각 ‘피해자 의사 존중’과 ‘2차 가해 방지’로 보완책을 마련했다. 중앙대 성평등 상담소의 이어진 상담원은 “내규는 공동체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변하면 법규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학칙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학칙 개정이 활발하게 이뤄진 타대에 비해 우리 학교 학칙은 부족한 점이 많다. 먼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2차 가해 방지, 피해자 의사 존중 등의 조항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도 타대에 비해 구체적이지 않고 짧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관계자는 “별도로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우리 학교 성평등 상담소는 성폭력 특별법과 같은 상위법을 이미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대부분의 단과대도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과 관련된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일하게 명문화된 회칙을 가지고 있는 건 문과대다. 문과대는 예전부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성폭력 관련 회칙 내에 명시해왔다. 김초롱(철학11)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회장은 “성폭력 사건 해결 시 필요한 규정이기 때문에 문과대에서는 회칙에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에서도 2009년 제22대 인사캠 총여학생회에 출마했던 ‘ACTION! 미미’가 반성폭력 규정 개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되지 않아 무산됐다. 한편 지난달 27일 서울대 사회대 또한 반성폭력 학생회칙을 개정했다. 사회대 학생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뤄낸 성과다. 우리 학교에서도 성폭력 관련 내규의 내실화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