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정(철학11) 문과대 학생회장

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이규정 문과대 회장(철학11)이 문과대에서 주최한 정기토론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제43대 문과대학 학생회 '문워크(회장 이규정·철학11, 부회장 정태영·독문09)'는 이번 학기 본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과대다. △김귀정열사 추모제 △문과대 정기토론회 △칵테일파티 등을 주최했을 뿐 아니라, 제3캠퍼스 논의와 학내 여성주의 담론을 이끄는 등 학생 사회 내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4일, 다음 주에 있을 문과대 학술제 준비로 분주한 이규정(철학11) 문과대 학생회장을 만났다.  

인사캠 총학생회 '성대올레(회장 김민석·경제06, 부회장 박지영·경영09, 이하 총학)'가 ‘정치적’이라고 판단해 지원을 꺼린 행사들(4·19달리기, 김귀정열사 추모제 등)에 참여해 왔는데,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크게 무리는 없었다. 다만 좀 더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자의적으로 정치적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애초에 지원하지 않기로 선을 그어버린 점이 아쉽다.

‘안심하고 문워크’ (시험기간 새벽에 순찰차가 귀갓길을 동행해주는 여학우 대상 사업), ‘하늘계단 정비사업’ (어두운 하늘계단에 반사등과 보안등을 설치하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등 여학우들의 치안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안다.
학내 성폭력이 여전히 빈번할뿐더러, 대학 문화역시 남성 중심적인 면이 많다. 이 연장선에서 문과대의 역할을 고민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두 사업이다.

제3캠퍼스와 관련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이 무엇인가?
문과대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면서 초점을 둔 사안 중 하나가 VISION2020이다. 제3캠퍼스 설립이 VISION2020의 핵심 사안이었고, 당시가 사업 추진에 있어 중요한 시기기도 해서 의견을 냈다. 제3캠퍼스 설립과 관련해 학교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작년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간사를 맡은 이후 입장서를 냈는데, 무슨 내용이었나?
등심위가 끝나고 나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학교 당국에서 생각하는 발전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발전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3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들어온, 학우들이 바라는 발전은 △등록금 환원율 증대 △양질의 수업 △전공학과의 전문성 확보 등이었다. 반면 학교에서 말하는 발전은 대외적인 위상에 치중한 것 같았다. 학교가 학생들이 생각하는 발전이 뭔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서를 냈다.

소통을 강조했는데, 이와 관련한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문워크에서 첫 번째로 내세운 가치가 소통이었다. 일방적으로 전단을 뿌리거나 페이스북에 몇 자 올리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얘기를 할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문과대 내 상시 기획단으로 ‘정기토론회’를 운영한 이유다. 그러나 많은 참여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인문관에 학우들의 의견을 담는 ‘소통’함도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소통’을 통해 새 프린트 매니저를 설치하는 등 학우들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학생회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
학생회를 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학우들이 원하는 걸 구체화하는 게 학생회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의견이 모이지 않는 건 학생회의 잘못이지, 학우들이 의견이 없어서 그런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등심위와 국정원 사태를 겪으면서 학우들이 생각보다 학생회에 크게 기대하는 바도 없고, 일관적인 의견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생회가 있는 거다. 따라서 학우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학생회가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문워크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인가?
학생회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많은 학우들이 문워크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워크 스스로도 보상이 필요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만 학우들이 나서서 의견을 내놓는 것과 학생회가 주도하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이 상태로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만드는 곳’이라는 학생회의 역할을 살릴 수 있을까 싶다. 앞으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지 못하면 학생회는 존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문과대 학술제 이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학우들이 낸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는 ‘청책’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바로 실행할만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했던 사업 중 학우들이 원하는 사업을 골라 확장 및 연장 시행하는 방식으로 ‘청책’을 대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