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 리뷰

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 ⓒ알라딘
영화 ‘건축학 개론’의 제작사 '명필름'은 ‘기억의 습작’을 삽입곡으로 넣기 위해 음악저작권협회에 3천만 원의 사용료를 지급했다. 명필름은 이를 지불할 수 있는 규모의 제작사였지만 2~3억 원 정도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사는 음악 다섯곡을 사용하면 제작비의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 지적재산의 자유로운 활용을 규제하는 제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창작 활동에 현실적 제약을 받고 있다. 이것은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사회 구성원의 창작 및 혁신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보편적 상식에 의문을 던진다. 책 ‘지식독점에 반대한다’는 실증적인 자료로 이러한 문제의식에 깊이 있는 사유를 더한다.

사회의 창조와 혁신은 다양한 창작물들이 경쟁해 한층 더 발전된 기술을 탄생시킴으로써 이뤄진다. 책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는 역사적 사례와 수치자료를 토대로 지식 독점이 사회의 창조와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권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권리고 두 번째는 그 아이디어의 복제본을 타인이 사용할 때 그 방식을 통제하는 권리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란은 후자로 인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A가 음악을 작곡해 앨범을 내면 이것은 당연히 A의 것이다. 그런데 B가 그 앨범을 구매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는 것은 B의 권리다. 그런데 현재의 법 제도는 그 이용방법까지 통제하며 때때로 사용료를 한 번 더 요구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지식 독점(intellectual monopoly)’이라 명명한다. A 같은 아이디어 창안자들이 사유재산제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넘어 타인의 권리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식 독점의 유효성을 비판하기 위해 다뤄지는 주요 소재다. 1981년 '다이아몬드 대 다이어 사건'의 판결(이하 다이아몬드 판결)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전환점이었다. 다이아몬드 판결은 고무제품의 경화 과정에서 최적 온도를 산출할 때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청구한 것에서 시작됐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소프트웨어가 단순히 수학적 알고리즘에 해당한다며 특허권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산업에서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는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 후 개인과 기업들은 하나같이 보유 기술을 특허화해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막았다.
극단적인 예로 현재 노키아는 1만 2천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가지고 있는 2만 개 이상의 특허에 매달 최소 1천 개의 특허를 추가한다. 개인과 기업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고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학자인 두 저자는 특허권 보호가 없었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의 혁신 활동이 15퍼센트 더 활발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저자는 결국에 모든 지식 독점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위해 현재는 단계적인 철폐를 실시해야 함을 언급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장(이하 오픈소스 시장)’은 이런 철폐과정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란 소스코드를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그것을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오픈소스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허전쟁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창조와 혁신이 나타났다. 초기 운영체제인 리눅스의 오픈소스를 활용해 윈도라는 대표적인 웹 브라우저가 탄생했다. 또한 △웹서버 △데이터베이스 △문서편집 프로그램도 오픈소스 시장에서 탄생했다. 책의 번역자인 김평수 경희대 교수는 “오픈소스를 활용함으로써 특허료와 개발비용을 대폭 절감해 개발자 상호 간의 이득이 생긴다”며 “대중들 역시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소 강경한 저자의 결론에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지식 독점을 포기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상식으로부터의 탈피’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받았던 지적재산권 보호 교육은 현 제도를 무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게 했다. 최근 세계화의 물결을 따라 전 세계의 지적 재산권 제도가 유사하게 변하고 있다. 김 교수는 “WTO와 TRIPs 협정 등을 통해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 재산권은 국가 간 교역협상 품목 중 하나가 됐다”며 관련 법 제도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사회의 혁신을 돕는다는 상식으로부터 탈피해 제도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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