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제 2주간의 심산맏형배 축구대회가 끝나고,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내가 선수로 운동장을 뛰었던 것도 아닌데 허전함이 밀려왔다. 대회를 마친 소감보다는 나는 지금까지 부끄러워서 직접 말하지 못했지만, 대회기간 동안 고생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올해 맏형배는 평년보다 이주정도 늦게 시작해 정말 추운 날씨에 맏형배를 진행하게 됐다. 매일 아침 6시, 7시에 운동장에 나와 본부석을 준비하고, 운동장에 라인을 긋고, 비가 온 날에는 삽으로 물을 퍼내고, 4강전이 있던 날엔 강추위에 운동장에 얼음이 얼어 아침부터 손이 터져가면서 얼음을 깨내고 물을 펐다. 매일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는 모든 걸 다시 정리했다. 이처럼 아침 저녁으로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들을 9일간 했다. 영하의 기온과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였고, 심지어 눈바람이 몰아쳐서 본부석을 옮긴 날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 하에서도 매일 난로 2개에 모여 추위를 견디고, 바람을 맞으며 점심을 먹었다. 또, 얇은 심판복을 입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심판을 보았다. 주머니에 넣은 핫팩에 의지하며 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줍는 일도 했다. 사실 처음에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는 대회를 운영하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인 줄 몰랐는데, 대회 첫날 6경기까지 모두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정말 몸이 부서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침 6,7시에 나오는데 나는 늘 말로만 1등으로 올 거라고 하고서 한 번도 그 말을 지키지 못해서 아직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4월부터 지금까지 8개월째 철각천하와 함께하고 있다.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내 주변사람들의 편견과 시선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철각천하에 계속 남아있는 지금의 내 선택이 정말 올해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심산 맏형배 축구대회를 진행하면서, 정말 철각천하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누가 시키기 전엔 일을 하지 않는 어리기만 하던 나였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모두가 고생하는 걸 알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할 일을 찾아서 했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내가 철각천하가 아니었다면 언제 축구를 보면서 이렇게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려볼까? 이렇게 잊을 수 없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철각천하에 너무 감사하다. 8개월째 철각천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함께 하면 할수록 철각 사람들은 나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아서 철각천하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늘 친동생처럼 대해주시고 챙겨주시는 언니, 오빠들, 친구들, 그리고 동생까지 정말 너무 감사하다.
제 21회 심산맏형배. 정말 뜻깊은 2주였고, 대회 진행한 철각천하와 참가했던 모든 팀들까지 모두들 너무 너무 수고하셨다고 전하고 싶다.

               ▲ 이현지(경영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