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여주는' 여자들
영화 '보여주는' 여자들
  • 조수민 기자
  • 승인 2013.12.03 14:38
  • 호수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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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 자치 영화 공동체‘이화시네마떼끄’
상업 영화에 잠식됐다.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는 것’은 번듯한 영화관에 가 꽤나 값이 오른 푯값을 지급하고 영화를 보는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과 조금 다른 상상을 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이들에게 ‘영화를 보는 것’은 말 그대로 영화를 보고 감상하는 순수한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그 영화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대 학생문화관에는 ‘영화관’이 있다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문화관 343호. 보통 대학교 내 학생회관에 ‘영화관’이 들어서 있는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작은 스크린 하나에 의자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은 아닐까. 영화 상영 15분 전, 조금은 의아한 마음으로 이화시네마떼끄(이하 시떼)의 문을 열었다.
100석 규모의 좌석이 널찍이 자리를 잡고 있는 시떼 내부,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우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 강렬하게 귓전을 때렸다. 관객을 맞기 위해 준비 중이던 김아란(사회과학부13) 운영위원과 이민경(철학12) 운영위원, 조진영(서양화12) 운영위원을 만났다. “그저 영화를 보는 게 좋아서”, “영화를 보고 서로 감상을 나누는 게 좋아서” 시떼에 들어온 그녀들은 대학생활 대부분을 시떼와 함께하고 있다. 
 
학생 자치 영화 공동체, 시떼
시떼는 보통의 타대 영화 동아리와 달리 ‘학생 자치 단위’다. 이번 학기 시떼의 관장을 맡고 있는 윤수완(사회과교육·12) 운영위원은 “동아리는 부원들이 취미 생활을 위해 모인 곳이지만, 학생 자치 단위는 학교 전체 학생들이 무료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시떼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찾아오기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리지 않고 소통하길 원하는 것이다. 그들이 불특정 대상의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는 이렇다. △보고 싶었지만 구하기 어려워 보지 못했던 △알려지지 않았지만 따뜻한 감동을 주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던 영화다. 이런 영화들을 보여주기 위해 시떼는 영상 자료를 축적해왔다. 1994년에 만들어진 시떼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상 아카이브는 비디오와 DVD자료를 포함해 약 몇백여 점이다. 과거 자료의 경우 비디오가 대부분이고, 최근에는 DVD로 자료를 구입한다. 과거 자료 중에는 희귀한 자료도 있다. 윤 운영위원은 “예전 선배들은 정부에서 상영금지조치를 받은 영화들도 배급사에서 떼 와 상영하시기도 했다”며 “운영비가 한정돼 요즘에는 DVD를 많이 구입하지는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좌측부터 이민경 운영위원, 조진영 운영위원, 김아란 운영위원.
 
영화로 만드는 그들만의 이야기
이번 학기의 마지막 상영 주제는 <트렌스젠더>다. 주제는 방학 기간 회의 및 세미나를 통해 정해진다. 전체 기획 회의를 통해 주제가 통과되면, 주제별로 세미나 팀을 꾸려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한다. 시떼에게 세미나는 단순히 영상 상영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고민을 바탕으로 하는 시간이다. 주제뿐 아니라 영화 선정 및 영화에 대한 해석까지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한다. “평소에는 서로의 취향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세미나를 할 때면 분위기가 진지해져요. 험악해지기도 하죠” 치열한 논의를 바탕으로 주제가 정해지면, 일주일 단위로 상영한다. 현재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와 5시에 정기 상영을 진행하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따로 영화제를 진행하기도 한다. 
 
▲ 이화시네마떼끄 내부의 축적된 영상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시떼는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를 좋아해 모인 시떼인들에게 “왜 영화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당황한다. 조 운영위원은 “영화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죠?” 라고 반문한다. 그들에게는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므로. 영화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었다. 한 번쯤은 잔잔한 유재하의 음악, 그리고 영화로 가득찬 시떼를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영화,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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