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지은 편집장 (skkujen10@skkuw.com)

“피곤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테니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에 등장하는 문구다. 수레에 실려 있는 건 꿈과 행복이 아닌 제도와 위선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한스 기벤라트는 수레바퀴 아래로 자신을 자꾸만 밀어 넣는 현실 앞에서 힘겨워한다. 자전 소설로도 유명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수레바퀴 밑에 깔리지 않기 위해 방황하고 좌절하며 성장통을 겪었던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다.

2010년도 말, 필자도 자꾸만 짓눌러오는 수레바퀴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었다. 수레에 담겨 있던 건 ‘가정을 덮친 뜻밖의 불상사’였다. 필자는 수없이 방황하고 좌절했다. 일상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행복 불능 상태’를 경험한 데 이어 우울증까지 겪게 됐다. 해가 바뀌었지만 필자는 계속해서 수레바퀴 아래로 밀려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발버둥이 시작됐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작은 몸짓은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졌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며 소소한 보람감을 느끼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게 바로 이곳, 성대신문사였다.

신문사는 필자에게 ‘출구’였다. 혹자는 ‘수레바퀴 아래서’ 속 한스가 죽음에 이르게 된 건 ‘출구’가 없어서였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해당 작품의 작가인 헤세는 본인의 고뇌를 글을 통해 승화시켰기에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었다고도 한다. 필자를 수레바퀴 밑에서 끌어내준 건 신문사였다.

수레바퀴 아래에서 빠져나온 필자는 주체적으로 수레에 긍정적인 가치를 담기 시작했다. △대학 사회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진지함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하고 그것을 사료로 남기며 느끼는 보람감 △좋은 글을 접하며 성장하는 기쁨 등의 가치였다.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헤세가 쓴 또 다른 자전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문구다. 지난 2년 반 동안 필자는 신문사 덕분에 나름의 ‘각성 과정’을 거쳤고, 수레바퀴 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어나가려 한다. 신문사에서의 경험이 필자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