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13년 하반기의 가장 큰 화젯거리 중 하나는 대학생들의 대자보운동이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확산되면서, 과거 세미나, 광고, 취업 프로그램 홍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게시판 또한 프로젝트 ‘류’, 성대신문의 결호사태, 철도 민영화 등 각종 교내외의 문제에 대한 대자보로 물들어갔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견을 보여주는 대자보들이 모두 온전하게 게시판 위에서 자신들의 기능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들의 기능을 못 하게 됐다.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가 사라져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또 붙고, 훼손된 대자보 위로 대자보를 다시 덧붙인 곳도 있었다. 하지만 설명을 요구하고 다시 붙인다고 해도 상황이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저 설명을 요구하는 대자보만 덩그러니 게시판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학생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대자보가 훼손당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방학 사이에 학교 측이 대자보 게시판을 철거했다는 소식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부분의 학생이 이 소식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아주 가끔씩 동아리 활동 등으로 명륜 캠퍼스에 방문하고, 학교에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학교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 편이다. 이러한 필자가 그나마 이 소식을 접한 때가 겨울 방학 끝 무렵인데, 학교 소식에 신경 쓰기도 바쁘고, 방문하기도 힘든 학우들은 도대체 이 소식을 어떻게 접하겠는가? 방학 중에 철거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이나, 킹고 포탈 등 생활 관련에 관한 공지조차 보기 쉽게 이뤄지지도 않았다.
공지 없이 철거했다는 것 이외에도, 철거를 통해 대자보 게시판 이용 범위를 줄이고, 대자보를 게시하는 규칙을 더 세세하게 제약했다는 점 또한 큰 문제다. 줄어든 게시판 범위로 인해 중앙 대자보 게시판을 주로 이용하게 될 텐데, 그 좁은 공간에 과거 여러 곳에 분포돼 있던 대자보가 모두 붙을 수는 없다. 그만큼 의견 표현을 할 공간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일부 게시판은 확인도장과 규격 등의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고, A4 크기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분량이 줄어들고, 다른 사람들이 잘 읽기 힘들게 될 뿐만 아니라 학교의 확인까지 거침으로써 대자보 내의 표현이 글쓴이의 원래 의도와 다르게 변할 수 있으며, 전달 범위 또한 크게 줄어들게 된다. 자유로운 의견 표현을 다양한 규제를 통해 막게 되는 셈이다.
학교 측이 내세운 환경 미화라는 이득보다 학생들의 의견 표현을 방해하는 손실이 더 크고, 그 절차를 알 수 없으며, 방학이라는 기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다른 저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다.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대자보가 더럽다는 것인가, 학생들의 대자보가 더럽다는 것인가? 만약 전자가 더럽다면 광고만 떼어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게시판을 통째로 철거한다는 점에서,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대자보 게시판 활용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성균관대학교의 대자보에는 삼성의 A/S서비스 아웃소싱, 철도 민영화, 프로젝트 류, 학생회 선거 등 학교 측에서 껄끄러워 할 만한 대자보들이 충분히 붙어있었다. 또한 지난 학기 성대 신문의 결호 등 학교와 학내 언론 간의 갈등 또한 있었다. 학교의 성향과 과거 전적이 어우러져 의심을 키우는 가운데, 학교 측에서는 대자보 게시판을 복구하거나, 최소한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및 공지와 이용 규칙의 완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 최한솔(경제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