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시나브로’라는 순우리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그 뜻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고 돼있다. 개인적으로 단어가 지닌 어감 자체도 너무 좋고 의미도 마음에 들어서 실제 생활에서 자주 쓰지는 않지만 매우 좋아하는 단어다. 특히 이제 졸업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요즘 들어서는 종종 ‘시나브로’가 주는 감성에 젖어들기도 한다.
대학교 입학 후 첫 강의가 있던 날, 강의실을 찾지 못해서 30분을 헤매면서도 사람들이 귀찮아 할까봐 전화조차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댔던 그 때의, 스무 살의 나는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많이 소심했던 신입생이었다. 항상 스스로를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사교성 좋고 적극적인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나는 스스로의 성격을 핑계로 늘 그대로였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문득 나를 돌아본 순간, 시나브로 변한 나를 느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긴 해도 지금의, 스물다섯의 나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이렇게 바뀐 것이 나이를 더 먹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스스로 변하길 원했고, 원하는 쪽으로 변화가 이뤄졌으며, 그래서 조금 더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는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는 변해 있었고, 나는 뒤늦게 그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은 변해간다. 하지만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볼 때에 비로소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집중이 필요한 일이다. 누구나 하늘이 파랗다는 걸 알기에, 굳이 오늘은 얼마나 파란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 역시 스스로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의 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변했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자주 있지 않다.
굳이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 자기 자신을 한번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지금의 내가 과거에 비해 꽤 성장했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좀 더 당당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내가 과거에 비해서 오히려 더 못났다고 느껴진다면 더욱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스스로 어떤 점에서 더 노력해야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면 원래부터 좋은 사람이었을 테고.

▲이윤환(물리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