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중독자 3인 인터뷰

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우리 주변에는 항상 “얘는 정말 중독자야”라며 한소리씩 듣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얘기를 들어도 결코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 그 행동이 점점 자신의 건강을 해칠지라도 말이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다이어트 중독자 이슬비(가명, 사회13) 학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중독자 홍상민(가명, 심리12) 학우 △춤 중독자 김대환(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3기) 원우에게서 중독자로 사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Q. 하루에 얼마나 다이어트/롤/춤에 신경 쓰나?
이슬비(이하 이): 하루에 다섯 번 넘게 몸무게를 잰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기 전·후는 꼭 점검한다. 항상 어떻게 하면 저녁을 굶을까, 어떻게 하면 살을 뺄까 그 생각 뿐이다. 굶어서 힘들고 배고프면 쾌감을 느낀다. 이제 살이 빠질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홍상민(이하 오): 날이 넘어갈 때도 있어서 하루에 얼마나 게임을 하는지 측정하는 것은 조금 애매하다. 한 번 할 때 5~6시간 정도 하는데 하루에 한 번 하는 게 아니다. 보통 밤 10시 반부터 새벽 3~4시까지 한다.
김대환(이하 김): 공연 준비할 때는 두세 달 동안 하루에 12시간 정도 춤에 투자했다. 항상 적어도 4시간씩은 춤을 췄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공부하느라 바쁘지만, 밤마다 2~3시간씩 연습하고 주말에 공연하는 편이다.
Q. 본인이 중독이라 느낄 때는 언제인가?

▲ ⓒweddingpang

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적 생각이 제어가 안 될 때 중독이라 느낀다. 인터뷰 전에 약속이 있어 저녁밥을 조금 먹고 왔다. 기자를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너무 많이 먹었다는 자책을 계속했다. 먹을 것에 너무 집착하는 거 같아서 안 그러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
홍: 롤 하느라 밤새도록 피시방에 있다가 아침이 돼서야 밖으로 나와 해를 봤을 때 내가 중독이긴 중독이라고 느꼈다.
김: 한창 중독이었을 때는 춤을 하나도 못 추면 밥도 먹기 싫고 잠도 안 왔다. 온종일 몸이 찌뿌드드한 느낌이 들어 힘들었다.
Q.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없나?
이: 사람들이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걱정부터 된다.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분명 뭔가를 먹게 되니까 피하게 된다. 생일파티를 할 때도 사람들이 케이크를 가지고 오는데, 혼자 구석에 가 있거나 밖으로 나간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대인관계가 나빠졌다고 느낀다. 굶는 게 힘들다 보니 모든 일에 집중도 잘 안 된다.
홍: 롤을 하다보면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진다. 롤 때문에 친구들에게 함부로 대해 사이가 안 좋아졌다. 게임 하면서 욕도 많이 듣다 보니 정신력이 강해져서 그런지 남들도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하게 된다.
김: 시험기간에 공부해야 하는데 음악을 들으면 계속해서 춤 생각이 난다. 여자 친구와 만나고 싶은 마음보다도 춤추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여자 친구가 항상 질투하고 불안해했다.
Q.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다이어트를 하다가 3일에 한 번꼴로 폭식을 한다. 폭식하는 이유는 배고파서가 아니라 그냥 먹을 게 앞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먹을 것을 넣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소화가 안 되고 배고픔과 배부름을 못 느끼겠다. 그리고 다이어트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생리가 3개월째 멈춘 상태다.
홍: 밤새도록 컴퓨터만 쳐다보면서 롤을 하기 때문에 눈이 무척 나빠진 걸 느낀다.
김: 춤을 추다가 어깨 쪽 회전근개가 찢어졌다. 수술하면 춤을 못 추게 되니까 아직 수술을 안 하고 있다. 근육이 제대로 붙지 않은 상태라 기지개를 켜면 갑자기 그 근육에 통증이 올 때가 있다. 손목이나 무릎도 좋지 않다.
▲ 한영준 기자 han0young@

Q. 언제부터 중독이 시작됐나.
이: 1학년 2학기 때부터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신입생이 돼서 1학기 때 너무 먹고 마셔서 2kg 정도 쪘다. 친척들에게서 처음으로 통통하단 소리를 들어봤다. 무척 충격이었다. 절대 통통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했다.
홍: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롤을 처음 접했다. 당시 게임에 너무 심취해서 밤 10시부터 시작해 새벽 5시에 끝내곤 했다.
김: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해서 TV나 만화를 보면서 따라 하곤 했다.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댄스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배웠다. 댄스 팀원들이 대부분 15~16년 정도 비보잉을 한 사람들이어서 그 수준에 맞추기 위해 정말 많이 연습했다. 그때부터 춤에 중독됐던 것 같다.
Q. 다이어트/롤/춤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이: 당연히 다이어트 성공했을 때 가장 뿌듯하고 좋다. 하지만 동시에 다시 찔까 봐 불안하다.
홍: 롤은 다섯 명이 함께 하는 게임이다. 다섯 명이 의기투합해서 아슬아슬하게 이겼을 때 가장 짜릿하고 뿌듯하다.
김: 춤은 남한테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결국 아무 의미 없다. 그런데 내 스타일대로 췄을 때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 내 스타일이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Q. 각자에게 다이어트/롤/춤이란 무엇인가.
이: 나에게 다이어트는 빨리 헤어지고 싶은 애인이다. 처음엔 내가 원해서 다이어트를 계속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빨리 헤어지고 싶다.
홍: 남자들끼리 할 수 있는 놀이가 세상에 얼마 없다. 롤은 그런 남자의 세계에서 일종의 사교활동이라 생각한다. 롤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김: 춤을 통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대생도 많고 나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 키 큰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춤은 실루엣만 봐도 누군지 다 알 수 있다. 나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전문가의 조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최삼욱 교수
행동수정 이론 중 행동 변화의 5단계가 있다. △인식 전 △인식 △결심 △행동 △유지 단계가 그것이다. 인식 전 단계에선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실행이나 변화의 의지가 없다. 인식 단계에선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행을 고민한다. 결심 단계에선 한 달 안에 실행할 의지를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운다. 행동 단계는 변화를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단계다. 유지 단계는 행동 단계를 6개월 이상 지속한 상태다. 이때 행동이 변화하는 습관이 정착된다.
◈다이어트 중독자: 이 학생은 현재 인식 단계에 있다. 현재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그 중독 대상을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실제로 그렇게 뚱뚱하지 않은데 계속 남과 비교하면서 체중조절을 하려 한다. 식이장애클리닉이나 폭식장애클리닉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위에서 계속 권유해주고 이끌어주면 치료가 시작될 수 있다.
◈게임 중독자: 행동 변화의 5단계 중 첫 단계인 인식 전 단계다. 자신이 큰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이 친구의 행동을 섣불리 비판하기 보단 스스로 그 행동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라고 권유하거나 같이 한 번 상담해보자고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정누리 연구원
◈춤 중독자: 춤을 추지 않을 때 마주하게 되는 무기력한 내가 싫어서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 같다. 답답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춤추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본인의 삶을 파괴하게 된다. 진정으로 춤을 좋아한다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하는지,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