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윤 기자 (kimi3811@skkuw.com)

안데스 작가와 권용주 작가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좇는다. 불안정한 한국 예술계에서도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예술가들. 젊은 예술가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오늘도 씁쓸한 예술계의 현실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그들의 꿋꿋한 걸음 아래, 얇은 표층토의 한국 예술 기반이 단단한 토양으로 다져지는 날을 꿈꿔본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인의 67%가 순수한 창작활동과 관련된 월평균 수입이 1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월평균 수입액이 ‘없다’고 대답한 예술가들도 26%를 웃돌았다. 전반적인 우리나라의 예술 기반은 어떠한가.
안데스(이하 안):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은 했지만, 막상 소득 불균형은 너무 심하다. 유럽 국가들은 복지 자체가 잘 돼 있으니까 예술가 정책도 잘 돼 있다. 한국은 예술가 기본 소득도 없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정책도 없다. 이번에 예술가 복지 단체(한국예술인복지재단)가 생겼는데 꾸준히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권용주(이하 권): 미술이 제대로 된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향유 소비층도 얕고 기반도 약하다. 미술은 단시간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부분이라 스스로 서 있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이 공공미술을 위한 도구로 많이 쓰인다. 현재의 미학보다 현저히 낮은 지점으로 강제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다.

젊은 예술가로서 마주하는 한국 예술계의 상황은 어떠한가. 예술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마주했던 어려움을 듣고 싶다.
권: 돈 못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에 대한 각오도 돼 있다. 전시 한 번에 잘 받아야 50만 원이다. 국립기관에서도 작가 초청비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항의해도 ‘너희 경력 쌓는 것인데 왜 돈을 주느냐’라는 식으로 답하기도 한다. 돌아보면 20대일 때는 본업과 부업 사이의 혼란이 심했다. 열심히 본업인 작업 활동에 시간을 다 쏟으면 부업 할 시간이 없어지고 그래서 오히려 빚을 지게 된다.

▲ 권용주 작가가 한국 예술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안: 일단은 한국에서 예술을 하려면 작업하는 부분 말고 다 포기해야 한다. 나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근데 굶어 죽진 않았다. 레지던시 있으면 거기서 입주 작업하며 살고. 무대 디자인 일을 하기도 했다.
권: 20대 후반에 예술 작업 안 하고 일만 하던 때가 있었다. 놀이터를 조성하는 일이었는데 회화하는 친구들은 벽화 그리고, 나는 미끄럼틀을 조각했다. 여성 멤버가 땡볕에 벽화 그리고 있으니까 동네 할머니가 지나가다 깜짝 놀라며 여자가 이런 노동한다고 “못 배워서 그런갑다!” 하면서 막 웃고 가더라. 그래도 우리 다 서울 내 대학교 졸업생인데 졸업 증명서라도 등에 붙여야 하나 하고 시시덕댔다.
그런 힘든 현실에서도 예술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원동력은 뭔가.
안: 돈만 벌고 사는 것을 못하겠다. 사람마다 길이 있다는 게 살다 보니 느껴지더라. ‘길거리에서 굶어 죽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지 않았다.
권: 사실 위태롭다. 처음에는 분노를 에너지 삼아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 에너지로 작업하다 보면, 치유되기도 한다. 최근 지난 3~4년간 작업을 했던 분노의 원동력은 소진됐다. 이제 다른 호기심 거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예술을 하고자 하지만, 현실적 제약 앞에서 흔들리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 자기 인생이다. 돈 벌 사람은 돈 벌고. 자기 길은 있다. 자기가 알게 된다.
권: 조건을 따지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해결할 방법도 생겨난다.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는 나이가 너무 늦다. 일찍 시작한다고 좋은 작업을 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젊고 에너지가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안: 지금까지 모은 옷을 판매하는 헌 옷가게를 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생산하고 돈도 버는 것이다. 환경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경각심조차 없다. 그래서 화가 난다. 거꾸로 가고 있는 세상에서 작게나마 지켜나가고 싶은 것, 그것을 지키고 싶다.
권: 12월에 개인전이 있다. 섬유 산업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섬유 산업은 저개발국의 상징 산업이다. 태국을 방문했을 때 섬유 공장의 노동자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을 봤다. 왜 우리가 이렇게 유사한 생존 조건과 삶의 모습을 거쳐 가는지 의문이 들었다.

     
 

▲ 안데스 작가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