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우 기자 (tim8487@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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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소치 올림픽이 개막했다. 전 세계를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올림픽. 그러나 대회마다 도핑테스트에 적발되는 선수가 나타나며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기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금지 약물을 복용하거나 부정한 시술을 받는 행위를 ‘도핑’이라 한다. ‘도핑테스트’란 이러한 도핑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검사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때 사이클 선수가 경기력 증진을 위한 흥분제 과다 사용으로 경기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1972년 삿포로 동계 올림픽 대회부터 건강을 해치고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스포츠에서 선수의 도핑 여부를 검사하는 도핑테스트가 공식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크로마토그래피 원리를 통한 도핑테스트
도핑 테스트는 보통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로 이뤄지는데 특히 소변 검사가 자주 시행된다. 운동선수들이 금지 약물을 섭취할 경우, 보통 소변으로 배출돼 기본적인 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윤정원 행정관은 “소변 도핑테스트는 크로마토그래피의 원리를 기반으로 실행된다”고 설명했다. 크로마토그래피란 혼합물을 분리하기 위해 이용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성분이 *유기 용매에 대한 용해도와 분자량의 차이로 이동 속도가 다르다는 원리에 기반을 둔다. 도핑테스트 역시 시료 내 호르몬의 확산 속도 차이를 이용한다. 적정 기준으로부터 각 호르몬 간의 비율이 다를 때 선수들은 약물 복용혐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 도핑의 시대가 온다
기술 개발과 함께 도핑 기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전자 도핑’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전자 도핑은 본래 유전자 치료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2004년, 미국의 연구팀은 쥐에게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근력을 최대 27%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 관련 실험들이 성공하며 인간의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러나, 애초에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던 기술이 체육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며 ‘도핑’을 목적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유전자 도핑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의 경기 결과를 위한 과욕은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독일의 육상코치는 유전자 도핑의 일종인 적혈구 생산을 증가시키는 레폭시겐 바이러스를 확보하려다 체포되기도 했다.

유전자 도핑 검사의 어려움
윤 행정관은 “유전자 도핑은 우리 몸의 수많은 운동 인자와 관련됐으며 그 기법 또한 다양해 검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전자 도핑테스트는 기존 도핑테스트와 달리, 생물학적 정보가 많은 혈액 시료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제한된 혈액 시료를 대상으로 복잡한 절차의 검사를 해내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가며 유전자도핑테스트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한된 시료 내에서 인간의 DNA 염기서열과 관련된 부분들을 증폭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PCR(유전자증폭기술)에 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외에 유전자 변형을 측정하는 DNA 키트 등에 대한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도핑테스트에서 유전자 도핑으로 적발된 선수는 없다. 그러나 윤 행정관은 “유전자 도핑 기술은 이미 활용될 수준을 갖췄으나 아직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된 사례가 없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도핑테스트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도핑 외에도 줄기세포와 신경화학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도핑 기술이 나날이 개발되고 있다. 도핑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검사할 수 있는 도핑테스트 기술도 발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관리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윤 행정관은 “앞으로는 도핑테스트 기술의 개발과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의 도핑에 대한 관심 역시 중요하다. 윤 행정관은 “도핑테스트는 스포츠의 공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반 중 하나”라며, “비판 의식을 가지고 도핑테스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운동선수와 관계자들이 도핑에 더욱 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치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요즘, 단순히 경기 ‘결과’에만 목매기보다는 ‘선수들의 안전’과 ‘공정한 스포츠 정신’에 더 큰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유기 용매=메탄올, 벤젠과 같은, 고체, 기체, 액체를 녹일 수 있는 액체 유기 화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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