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스케치 - <부업: 생활하는 예술가>전

기자명 송윤재 기자 (songyoonjae92@skkuw.com)

▲ 안데스·이수성 작가의 ‘패배를 위한 기념비’.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예술하고 싶어요.”
말하는 청춘에게 “어떻게 먹고 살려 그러니”라는 답이 돌아오는 게 요즘 한국 사회다. 이 현실 속에서 젊은 예술가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예술’하고 있을까.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 전에서 이 질문에 대한 네 작가의 각기 다른 해답을 들어 본다.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청춘 예술가. 안데스 작가와 권용주 작가와 함께 예술 하는 청년의 ‘진짜’ 리얼리티를 들어보자.


투명한 유리문 너머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 문이 열리자 들리는 요란한 전기톱소리. 천장에 닿을 듯 쌓인 옷더미는 마치 고물상을 연상케 한다. <부업: 생활하는 예술가>전은 부업에 힘쓰면서도 예술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는 젊은 한국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커다란 나무판자 벽이 홀로 회전하고 있다. 권용주 작가의 ‘만능벽’이다. 그 옆에는 전시관을 울리는 전기톱과 망치질 소리의 원천인 비디오 영상이 자리하고 있다. 망치와 톱으로 전시 구성 작업을 하고 있는 영상 속 사람들은 언뜻 일용직 노동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젊은 예술가이자 이 전시회의 작가다. 그들은 묵묵히 작업을 하며  왜 부업을 해야만 하는지 고민한다.
시선을 돌려 산처럼 쌓인 옷더미로 발걸음을 내디디면 벽에 사진 몇 점이 붙어있다. 안데스 작가의 ‘60,000won’, ‘XX CLUB’, ‘CheongGye Mountain Tribe’, ‘Chinese Flower Arrangement’다. 작품 속 모델들은 하나같이 헌 옷 수거함에서나 찾아볼 법한 옷들을 입고 있다. 오랫동안 빨지 않아 색이 바랜  꽃무늬 몸빼바지는 상의가 됐다. 후줄근한 티셔츠는 빨래집게와 조화를 이뤄 어느새 바지로 변했다. 무심코 지나칠만한 생활 용품이 모여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제 거대한 옷더미로 다가간다. 정체불명의 옷더미는 안데스 작가와 이수성 작가의 ‘패배를 위한 기념비’다. 옷더미 사이로 난 구멍 안으로 들어서면 영상이 켜진 공간이 나타난다. 영상에는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워킹을 하는 모델들이 등장한다. 패션쇼였다면 분명 비웃음을 샀을 그녀들의 스텝. 패션에 대한 사회의 천편일률적인 선입견에 반항하는 작가의 도발이 느껴진다.
옷더미의 구멍 밖으로 나오면 전시관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장막이 보인다. 이우성 작가의 ‘붉은 벽돌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다. 촘촘하게 쌓여있는 붉은 장벽을 따라가다 보면 얼굴이 가려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포즈로 앉아있다. 네모 반듯하게 각 잡혀 쌓인 벽돌과 그 위로 자유분방하게 앉아있는 사람들의 대조는 예술에 대한 사회의 규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심리를 보여준다.
장막 뒤편에는 벽면 빼곡히 액자가 걸려있다. 공사장에서 볼 법한 도면과 숫자들이 보인다. 이수성 작가의 ‘노동예술 2012-2013’에는 작가가 2년간 해온 부업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는 직접 운송과 설치, 전시디자인 작업을 했다. 그런 과정을 담은 그의 ‘예술작품’을 거대한 장막 뒤에 숨겨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엄연한 예술작가로서 부업을 관객에게 드러내기 부끄러웠던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벽면 가득 메우고 있는 액자를 보노라면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수줍은 마음도 엿보인다. 도면 곳곳에 작가가 숨겨둔 ‘buup(부업)?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도 작품 감상의 묘미 중 하나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