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훈(국문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너의 눈동자에서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듣고 싶다
깨진 조개 껍데기 하나 없는 푸르뎅뎅한 바다는
각진 문장들을 무수히 실어나르지만
그 속에서 너는 꾸륵꾸륵 소리를 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래알 속 박혀 있는 소라 껍데기에 귀를 대봐도
살 떨리는 적막만이 잠자고 있을 뿐 그 속에
너는 없다

언제였을까
너와 내가 빈방에 즐거이 갇힌 채
산소가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며 숨쉬던 때가
언제부터였을까
너와 내가 한 가운데 바다를 놓고
죽어 있는 문장들의 파도만을 탐닉하던 때가

다시 한번 듣고 싶다
바람 한 점에 툭 내떨어트린 말이 아닌
어두운 골목 담쟁이처럼 지리멸렬하게
너의 발 아래부터 온몸으로 타고 온 말을
비록 그것이 내 존재를 흐트려 놓을지라도
나는 듣고 싶다

아니,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너에게로 가는 바닷속으로
휘몰아치는 파도속으로 들어가는 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온몸 던진 채
반짝거리는 바닷속 소금 알갱이를 세는 일

▲ 홍성훈(국문12)
우선, 이 영광을 주(酒)님께 돌리고 싶다. 주님이 없었으면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다는 것, 해와 달과 별들이 뜨고 지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가끔 세상이 취하는 상상을 해본다. 얼굴이 불콰해져서 나와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앞에서 울며 나에게 위로를 받는 그런 세상을. 아마 그런 날이 오려면 먼저 내가 술을 잘 마셔야 할 것이다. 술이 세야 끝까지 자리에 남아 세상이 나에게 주정을 부리든가 말든가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취기 어린 내 말을 높게 평가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국문학’이라는 전공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고 느껴질 때가 많다. 비틀비틀,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진실은 이렇게 휘청거릴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비틀비틀 휘청거려야 진실이 보이고. 비록 그것이 어렵고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해볼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시의 한 구절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넸으면 좋겠다. 그것이 욕심인줄 알면서도 나는 조심스레 바라본다. 끝으로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