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주(유동1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연필은 살을 부비며
그림자로 삶을 그린다.
긴 그림자 앞
짧은 키의 몽당연필.
스윽 하는 살 부비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멀리 우뚝 선 아파트 아래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몽당연필들.
붉은 글씨로 그려진
재개발 결사반대 아래
쭈글쭈글 주름진 사람들이
둥그런 눈을 하고 앉아 있다.

세월의 살결이 켜켜이 앉아
누렇게 바래버린 종이 한 장처럼
그렇게 그 동네는 낡아 있었다.
인생은 때론 좌판의 생선처럼
차갑게 식어 외면당하는 거라
그렇게 생선 팔던 그 동네 주민은
눈물을 훔쳤나 보다.

그림자가 제 키보다 큰,
살 부비다 뭉뚝해진
그 몸을 보며, 안으며
휘청 휘청 균형을 잡는다.
붉은 글씨 아래 사람들이
스윽 하며 살 부비는
소리를, 내고 있다.

▲ 신민주(유동13)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고등학생 때 까지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네 바로 옆에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까지 살던 집이 재개발 대상에 있었고, 이후 이사를 간 아파트도 재개발 지역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거의 18년을 그 동네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미지들 중 많은 부분이 ‘재개발 절대 반대’라는 낙서와, 비릿한 냄새가 가득한 학교 앞 낡은 생산 좌판, 그리고 시끄럽게 머리 위를 지나가는 지하철의 모습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학 입학 전까지 그렇게 많이 들어본 ‘재개발’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기억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재개발이 되면 갈 곳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동네 친구의 말이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소설에서 나와 있는 내용이 제가 아는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보게 된 강남 유일의 판자촌, 구룡마을의 모습이 다시 저에게 재개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눈에도 이질적으로 보였던 타워팰리스와 판자촌이 공존하는 마을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사람들은, 타워팰리스 옆 ‘무허가’ 판자촌을 빨리 허물어 개발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그 건물들을 없애고 빨리 ‘강남스러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사람들은 집을 하나도 가지지 못하지만 어떠한 사람들은 집을 두 채, 세 채씩 가지는 현실에 대해서는 묵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저는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친구가 대학 진입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방학동안 공장으로 들어가는 친구들을 목격합니다.  이 시는 결국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고민들을 가볍게라도 모두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좋은 작품이고, 무엇이 올바르게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바를 작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