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성(국어교육전공 석사4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토막 난 개의 시체가 산을 타고 내려와 동북시장에 떠다녔다
잠시 자취를 감췄던 정육점 곽씨가 눈빛이 예리해져 돌아왔다
기역자로 꺾인 골목에서 소문은 몸집을 부풀리다 쉬이 사라졌다
상설시장이라 손님은 늘 끊이지 않았지만 4일과 9일은 유독 바빴다
이내 사람들은 개를 잊었고 곽씨는 묵묵히 돼지뼈를 토막냈다

소문은 밥물 위에 얹힌 계란찜처럼 흔한 것이어서
동북시장의 여자들은 밥을 지을 때 으레 계란을 두어개 풀었다
잡화점을 돌아 정육점을 타고 소금가게로 흘러가는 비린내
젓갈집 윤씨의 불륜과 소망상회 연씨의 도박빚도 그랬다더라가 되었다
때로는 단조롭게 혹은 무서운 자식을 낳아
소머리 위로, 저녁의 콩나물 아래로 배회했다
아무도 입을 닫지 않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일수를 돌던 여자가 사라진 날
빛나는 자수정 반지만이 조수석에 덩그러니 남았다
빚 진 금액대로 사람들은 차례로 불려갔고
풀려났다
모두들 무언가를 감추는 듯 했으나 범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흥정은 동북시장의 상징 곳곳에서 대거리가 이어졌고
마누라의 손톱에 긁혀 얼굴에 긴 흉터가 난 젓갈집 윤씨
소망상회 연씨는 오늘도 한바탕 크게 터지는 꿈을 꾼다

물을 주지 않아도 콩나물은 잘 자라고
가끔 눈을 감은 소머리가 정육점 앞에 전시된다
그물에 들어간 조개껍데기가 사람들의 발에 짓이겨질 때
모두가 함구한 일수 여자의 행방
밤이면 뒷산에 개 짖는 소리 들리고
사람들 비릿한 내음을 품고 잠든다

▲ 임준성(국어교육전공 석사4기)
달이 차면 나는 몸이 가려워. 눌은 자국이 있는 장판에 누워 손목을 핥았지. 교회의 십자가 위로 만삭의 달이 걸리면 소녀들이 잠든 동화책을 꺼내 백설공주를 데려오는 네가 있었어.
내가 내 팔을 둘둘 감아 나를 안아주고 싶을 때가 많지만, 가끔은 너를 이해하고 안아주고 싶을 때가 있다. 서로 다른 시간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우리 둘이 한 공간 안에서 발끝이 닿아있는 풍경. 괜찮고 다 괜찮은, 왼손으로 담배를 피우는 너와 달빛 아래 발톱을 깎는 내가, 혼자 우는 고양이와 자신을 춤추게 한 불빛에 부딪혀 죽는 나방과, 자전의 소리를 감춘 채 돌고 있는 지구. 그러니까 이게 너와 나의 연대기, 혹은 내가 너에게 보내는 SOS.근 2년간 미칠듯한 두통에 시달렸다. 새벽녘, 두통이 엄습해오면 침대 위를 기어다니다가 종내는 책상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화면 속 커서를 노려보곤 했다. 그 때 뱉었던 말들을 그러모아 몇 개의 작품을 썼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특히 시로 평가 받는 것은 나에겐 가장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그러하기에 말보다 오래 남을 글들은, 더 조심히 내뱉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태생이 시를 쓰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 ‘내 왼쪽 손바닥에 시(詩)가 있다’라고 했던 어떤 시인의 말처럼. 그나마 ‘다르게 태어나는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큰 위안이 되는 요즘이다. 내 안의 내재율이 좀 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