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작년 12월 기말고사 준비로 한창 바빴던 시기 학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러시아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하던 시절 길거리에 설치돼있던 소치 동계 올림픽 D-day 전광판을 바라보며 “러시아어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러시아 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위해 뭐라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는 숙식과 비행기 왕복티켓을 지원해 준다는 공고내용을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1차 서류와 면접에 합격한 후 2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지난달 24일 소치로 출국하게 됐다.
나를 포함해 3명의 자원봉사자의 임무는 소치에서 운영될 ‘Team Korea House’의 설치 및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통역하는 일이었다. Team Korea House는 대한체육회에서 운영하는 한국선수지원센터로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식 및 휴게시설을 제공하고 국회의원, IOC 위원 등 VIP들을 응접하는 장소였다. 처음 소치에 도착해서 올림픽이 개최될 때까지 1주일 동안은 사전에 기획했던 대로 호텔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을 했는데, 이 시기가 봉사활동 기간 가운데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기간이었다. 통역 업무를 처음 해보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통역뿐만이 아니라 각종 잡일도 도맡아 해야 했고 쉬는 시간도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추후 실전에서 내가 러시아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실제 이익집단 사이에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센터 설치가 끝난 후 올림픽 개회식과 함께 Team Korea House의 운영이 시작됐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임무는 식당운영, 리셉션 데스크 운영, 선수들 편의 시설 운영 및 VIP 의전이었는데, 매일같이 방문하는 VIP와 기자들 및 선수들, 그리고 항상 대량으로 조달해야 하는 식자재 조달 등의 업무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업무를 하고 방에서는 씻고 잠만 잤던 것 같다. 업무시간이 길고 업무량도 많아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오랜 시간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여러 사람과 친밀감도 쌓을 수 있었고,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선수들이 하우스에 방문했을 때에는 같이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2년 반 동안의 러시아어 공부기간 동안 실제로 통역을 처음 해보는 나에게 있어서도 정말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아 힘든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러 우수한 친구들 및 선배님들과 알게 됐고,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메달리스트들과의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더욱더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경험을 밑바탕으로 추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러시아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호진(러문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