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PD 전산(중문78) 동문

기자명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 전산(중문78) 동문이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의 성공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
KBS 드라마 PD 세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전산(중문78) 동문이다. 경쟁 방송사 MBC가 드라마 패권을 장악하던 90년대. 모두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망설였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당당하게 드라마 전선에 뛰어들어 ‘패전처리 투수’에서 ‘스타 PD’가 됐다.
그는 어렸을 적 탐험가가 되겠다는 남다른 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그가 드라마 PD가 된 데에는 대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을 경험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성균극회’에서 연극 활동을 했어. 당시 경험이 드라마 연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그리하여 그는 방송국에 입사해 드라마 연출의 길을 걷게 됐다.
그의 전설은 1993년, 처음 연출을 담당한 장편시리즈 ‘내일은 사랑’에서 시작됐다. 첫 방송 5개월 뒤 동시간대 타 방송사 드라마였던 ‘전원일기’를 일요일 시간대로 옮기게 한 것이다. 당시 MBC가 드라마 제왕으로 군림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공이었다. “청소년 드라마였던 ‘내일은 사랑’의 시청자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 즉 중장년층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 이것이 ‘전원일기’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야.”
이 기세를 몰아 그는 1995년 주말드라마 ‘젊은이의 양지’를 연출하며 전성기를 맞는다. 그때도 상대는 MBC였다. ‘사랑과 결혼’이 중장년층 시청자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상황. 하지만 그는 기꺼이 그 상대를 맞기로 자처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패전처리용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한 번 연출에 도전해보기로 했어.” 그는 젊은 층을 겨냥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석규, 최민수, 김철규 대신 젊은 이종원을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당시로선 과감한 캐스팅이었다. 결과는 최고 시청률 62.7%, 대성공. KBS가 새로운 주말드라마의 제왕으로 등극하는 1등 공신이 됐다.
하지만 그가 연출한 드라마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미니시리즈 ‘나는 그녀가 좋다’가 MBC 드라마 ‘허준’의 독주를 막아보고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대패한 것이다. 그 실패로 결국 드라마국에서 편성국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인생에는 반드시 전환점이 있으니 그때 냉정하게 분석해 물러날 때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2007년 드라마국으로 복귀한 그는 실패를 통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 결과가 작년에 방송된 ‘루비반지’다. 그는 12년 만의 복귀작인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한 대사를 택하더라도 시청자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배우의 대사 톤을 사용했어.” ‘루비반지’는 막장 드라마라며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드라마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매체야. 막장드라마도 삶의 교훈을 줄 수 있지.” 그는 이런 신념으로 내용 전개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시청률이 저조한 시간대에 방영됨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24.6%를 기록했다.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이다.
머지않아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90대 노인이 인생을 4기로 나누어 회고하는 내용의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다. “관심분야를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해봐야 돼. 그 노력조차 하지 않고 도피하면 그것은 잘못된 거야.” 특유의 도전의식과 철저한 준비로 어느새 드라마 세계에서 우뚝 선 전 동문. 그의 끊임없는 도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