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 최영준 강사가 게이봉박두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영준 기자 han0young@
상영회는 막을 내렸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게이컬쳐스쿨 ‘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 강의를 맡은 최영준 강사를 필두로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성소수자 감독들과 함께 게이봉박두의 소회를 풀었다.

상영회를 시작한 이유는?
최영준(이하 최) : 사실 게이컬쳐스쿨에서는 2006년부터 영화수업을 진행했다. 그때는 김조광수 감독과 같은 유명 인사를 초빙해 특강 형식으로 이론수업을 주로 했다. 그런데 이론만 다루다 보니 수업에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 수업 공고만 나오고 실제로는 수강생이 없어 운영되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래서 직접 제작한 영화로 상영회를 한다면 수강생이 좀 더 많이 모일 것 같아 기획하게 됐다.

기존 영화계에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상업영화가 제법 있다. 본인들의 영화만이 전달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가 있는지?
최 : 일전에 상업영화 감독들과 함께 우리 영화를 평가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다들 놀라더라. 기존 동성애 영화에 등장하는 동성애자는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우리 영화는 굉장히 밝은 분위기여서다.
김치업(이하 김) : 기존 영화는 동성애자 감독들의 작품조차도 대부분 멜로 장르에 비슷한 포맷을 갖추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게이 커뮤니티 안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간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대부분 영화가 남성 동성애자를 다루는데?
최 : 아무래도 친구사이가 게이 인권단체다 보니 수강생 중에 남성분들이 많다. 지난해에는 수강생이 전부 게이였다.  그래도 올해는 레즈비언과 예비 트랜스젠더가 한 명씩 있어 그들의 이야기도 다룰 수 있었다. 사실 수업이 모든 성소수자에게 열려 있기는 하지만, 레즈비언이 게이 단체에 들어오는 게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승화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간에도 경계가 있다는 뜻인지?
최 : 성적지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흥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수업 외에 모여서 놀 때 레즈비언은 게이들과 어울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리고 게이와 레즈비언 사이에 사용하는 용어가 많이 달라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변천(이하 변) : 성소수자 커뮤니티 자체가 폐쇄적이고 비밀스럽다. 이에 같은 성소수자임에도 게이와 레즈비언이 많은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최 : 12주 커리큘럼 중 촬영 기법을 가르치는 강의는 4~5주 정도다. 사실 일주일에 3시간씩 단기적으로 배워 봤자 전문 기술을 터득하기는 힘들다.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수강생들이 영화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노력했다.
김 : 시나리오 작법과 영화 편집 등도 배우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기획이 가장 중요하다.

게이봉박두가 갖는 의의가 있다면?
최 : 개인적으로 게이봉박두가 하나의 문화적인 운동이 됐으면 한다. 대중들이 우리 영화를 통해 퀴어 문화를 접하다 보면 동성애자들을 더 깊게 이해하고, 퀴어 문화에 서서히 익숙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변 : 사실 여기 참여하는 것에 큰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장르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영화를 잘 만들면, 영화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다른 성소수자들의 도전이 늘어날 수 있다.
김 : 우리 사회는 누구든지 드러내놓고 자기 욕망을 쉽게 얘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성소수자라면 그런 굴레가 한 겹 더 씌워져 있다. 그런데 게이봉박두는 퀴어인들이 숨겨왔던 욕망을 표출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기 힘든 소수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한 기회다.

앞으로 게이봉박두 계획은?
최 : 2기 수강생 중 두 명은 1기 때도 수강했다. 영화라는 게 한 번 찍으면 또 찍고 싶은 것이다. 아마 2기생들도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을 거다. (좌중 동의) 현재 3기 수강생을 모집 중이고, 3기 상영회는 오는 7월에 있을 예정이다. 그 외에도 우리끼리 영화를 만들어 올 11월 즈음 독자적인 상영회를 하나 더 가지려 한다. 지속적인 영화 제작 및 상영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친 기자에게 그들이 가장 먼저 건넨 말은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였다. 사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도,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그냥 따뜻한 한 번의 관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