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태윤 기자 (kimi3811@skkuw.com)

지난 25일 자과캠 대체육관 핸드볼경기장에서는 우리 학교 핸드볼부(감독 최태섭)와 인천 정석고 핸드볼부 간의 연습 게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점수 차는 불과 3점. 우리 학교가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내는 중이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을 무렵, 핸드볼부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곳에는 단 2명의 대기 선수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체력 소모가 이뤄지는 만큼 많은 대기 선수가 필요한 핸드볼인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2년째 신입 선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 우리 학교 핸드볼부가 연습게임에서 매서운 공격을 펼치고 있다. /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2년째 신입생 선발 없이 시즌을 시작하게 된 상황은 윤승호 전 스포츠단장의 ‘선택과 집중’ 정책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단 구조조정의 결과다. 윤 전 단장은 2009년부터 3년간 △농구부 △배구부 △야구부 △축구부 △핸드볼부 5개 구기 종목 중 성적이 좋지 않은 두 종목을 운동부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 팀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핸드볼부는 성적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3년도부터 신입생 특기자 선발을 할 수 없게 됐다. 2010년 전국대학핸드볼대회 최강전 우승, 2011년 제8회 태백산기 전국종합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지만, 함께 탈락 기로에 섰던 농구부 역시 우승을 거두면서 평가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핸드볼부의 현재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2012년도에는 구조조정으로 뒤숭숭한 팀 분위기에 골키퍼의 무릎 수술까지 겹쳐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출전 대회도 전반기 한 번, 4위에 그쳤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실업팀에서 선수들을 평가할 성적과 기록도 부족한 실정이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진로를 결정해야 할 4학년 선수들의 실업팀 진출이 어렵게 됐다.
▲ 최태섭 감독 /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게다가 연습 게임 기회도 턱없이 부족하다. 관례적으론 특기자 스카우트를 앞둔 고등부가 연습 게임을 자처하지만, 2년째 신입생 선발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 학교에 게임을 의뢰하는 고등부는 없다. 핸드볼부 최태섭 감독은 “그래도 대회 준비를 위해 고등부를 찾아 직접 연습 게임까지 부탁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올해 3학년 4명, 4학년 5명으로 이뤄진 팀에는 골키퍼조차 부재하다. 그러나 선수들은 향후 진로를 위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경기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래 포지션이 레프트 백(Left Back)인 조태균(스포츠12) 학우는 골키퍼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조 학우는 “피벗(Pivot)을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들에 모두 교체 선수가 없어 사실상의 경기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5학년도 역시 신입생 모집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다. 스포츠단(단장 정규상 교수·법) 측은 향후 핸드볼부 운영 계획에 대해 “오는 5월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기존 방침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 경우, 미식축구부와 같이 별도의 특기자 선발 없이 일반 학우들로 팀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핸드볼협회에 선수 등록을 하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는 공식 대회 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4학년 선수들의 졸업 후 남게 될 3학년 선수들의 진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 학우는 “핸드볼을 끝까지 진로로 삼고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진로 변경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동계 훈련을 거쳐 오는 21일에 있을 2014 핸드볼코리아 전국대학선수권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1998년 제53회 전국종별핸드볼선수권대회 우승 △1999년 제22회 연맹회장기 전국남녀대학핸드볼선수권대회 우승 △2001년 핸드볼큰잔치 준우승 등 최강을 자랑했던 역사를 뒤로한 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 감독은 “핸드볼부가 일어설 수 있도록 학우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호소했다. 이들에게도 존폐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