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 김희선 회장 인터뷰

기자명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지난 1일, 삼일절 95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창립대회가 진행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데 뜻을 둔 인사들이 참여해 기념사업회 출범을 기렸다. 김희선 기념사업회 회장을 만나 기념사업회 출범 배경과 의의를 들어봤다.

▲ 김희선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장이 창립대회 팸플릿 앞에서 여성독립운동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

운명처럼 마주한 여성독립운동 문제
시간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희선 회장이 이덕일 소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여성독립운동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이 소장은 여성독립운동 문제가 시급하다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에게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알리는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그녀 역시 그 뜻에 공감했다. 그리고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석학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받았다. 김 회장은 “다들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필요한 일이라며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친일파진상규명법을 만든 장본인이다. 친일파 청산을 위해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을 만들어 회장을 역임했고, 친일파재산환수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활동 이전에는 ‘한국여성의전화’ 원장을 지내며 여성운동의 공로도 인정받았다. 그녀의 경력을 생각하면, 지금 그녀가 이 자리에 와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작은 그리 쉽지 않았다.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정리된 기록이 생각보다 너무 없었다. 기념사업회는 일단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234명 여성독립운동가의 자료부터 찬찬히 살피기로 했다. 그것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여성들이 벌인 독립운동은 남성들의 그것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례로 남자현 선생은 안중근 의사에 비견될 만하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일본 장교 암살을 시도한 점이나, 손가락을 절단해 국제기구에 혈서를 보낸 점은 그분과 많이 닮았다. 그러나 현재 여성 독립유공자 중 의·열사의 지위를 부여받은 인물은 유관순 열사 한 명뿐이다. 김 회장은 “남자현 선생을 의·열사 지위에 올릴 계획을 구상 중이다”고 밝혔다.


독립운동은 가족이 함께 참여한 운동
기념사업회는 창립대회를 위해 발간한 안내책자 취지문에 ‘12,000 : 200’이라고 적었다.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로 등록된 남성과 여성의 숫자다. 기념사업회는 이 숫자가 독립운동에 이바지한 남녀의 비중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김 회장은 “남자 독립유공자는 많은데 여자 독립유공자는 왜 이렇게 적은지 그 수치를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며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은 ‘개인’이 아닌 ‘가족’이 함께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운동은 국가훈장을 받은 소수에 의해 이뤄진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투쟁의 전면에 나선 독립운동가의 뒤에는 그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주던 가족들이 있었다. 그 대부분은 어머니, 부인, 며느리와 같은 여성들이었다. 김 회장은 “이것이야말로 독립운동의 원동력”이라며 “독립운동을 가족 운동으로서 재조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총칼을 잡은 이도 있었고, 묵묵히 뒷바라지로 독립운동을 지원한 이도 있었다. 이렇듯 수많은 여성이 해방의 순간까지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 김 회장은 “여성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기념사업회의 최종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유관순 열사가 역사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있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다.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일은 기념사업회가 반드시 나서야 할 부분이다. 또한, 창립대회 때 국내 최초로 무·유명 여성독립운동가 모두를 기리는 추모 제사를 지냈는데, 앞으로 삼일절마다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안동과 제주 등 여성독립운동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지 답사나 여성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만화나 책으로 담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여성독립운동가로부터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시 그녀들의 시대정신은 자주독립이었다. 완전히 독립하지 못해 분단된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독립운동가의 정신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역사의식을 고양하는 데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가 하나의 매개가 됐으면 좋겠다.”

▲ ‘쇠귀 신영복’ 교수가 헌정한 손글씨. / 이종윤 기자 burrowkr@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