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돈을 말하다

기자명 나다영,손민호 기자 (webmaster@skkuw.com)

낭만적인 대학생의 연애는 정말 돈 때문에 불가능할까? 우리는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좋은 추억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사랑의 감정을 돈으로 표현하기도, 돈에 의해 사랑의 감정이 퇴색됐다고 느끼기도 하는 두 학우를 만나봤다.

김지웅(가명, 러문08) : 제대 후 처음 사귄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고깃집 △전단지 △카운터 △피씨방 알바 등을 다양하게 섭렵했다. (이하 김)
정희연(가명, 국문11) :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용돈을 전혀 받지 않는다. 성적장학금을 받고 있으며 학원 아르바이트와 과외로 용돈을 마련해 데이트를 했다. (이하 정)

연애에 정말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나
김 : 정말 많이 필요하다. 연애 초반에는 잘 보이고 싶어서 돈을 마구 썼더니 데이트 비용으로 카드값이 100만 원까지 나왔다. 사귈 때 여자 친구가 쪽문이나 학식을 좋아하지 않아 대명거리 쪽으로 나갔다. 매번 3~5만 원 정도 나왔다.
정 : 뭘 하고 싶어도 다 돈이었다. 밥만 먹어도 평균 2만 원이 나왔다. 한번은 커플링을 맞추기로 했는데, 정말 돈이 없어서 엄마한테 빌리기도 했다.
김 : 기념일인 △100일 △200일 △1주년 때마다 여행을 갔다. 생일 때는 서로 원하는 선물을 미리 말하는 편이었다. 난 운동화를 좋아해 선물로 부탁했고, 여자 친구는 5~6만 원 상당의 향수를 사달라고 했다.

데이트 비용 때문에 어려운 기억이 있는가
정 : 자주 그랬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나에게 쓰는 것을 최소화했다. 서로 형편이 크게 차이 나진 않았는데 남자친구는 집에서 용돈을 많이 받는 편이었고, 나는 용돈을 받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김 : 사귀는 기간 동안 주말 내내 일했다. 오전에는 전단을 돌리고 밤에는 서빙을 하면서 10만 원 정도 벌고 평일엔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모두 썼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만나는 것이 꺼려졌다.

왜 그렇게 무리하게 데이트 비용을 쓴 것인가
김 : 여자 친구가 기본적인 씀씀이가 조금 컸던 것 같다. 여자들끼리 남자친구와 했던 것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랑할 만큼 잘해주고 싶었다. 연애 초반에는 비싼 밥을 먹어도 함께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정 : 씀씀이는 정말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연애에서 저렇게 돈 쓰는 문화가 어떻게 생겨난 것 같나
김 : 드라마에서 데이트 코스를 본 적 있다. 파티룸에서 촛불을 켜고 하는 이벤트였는데 여자 친구가 생기면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접해보니 좋더라. 페이스북에도 맛집에 가서 서로 태그를 하는 커플들이 많다.
정 : 친구들 조언도 듣고 드라마에서 달달한 게 나오면 기억했다가 직접 해본다. 대학에는 소개팅, 미팅 개념이 존재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법칙이 있는 것 같다. 남자가 파스타를 사면 여자는 커피를 사고, 세 번 정도 만나면 사귄다는 공식이 있지 않느냐. 중·고등학교 때의 연애는 서로 무척 좋아하는 상태에서 사귀었는데, 대학교는 연애를 꼭 해야 한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상대방을 고르는 것 같다.

돈 때문에 연애 감정이 식었던 일화가 있나
김 : 연애 후반기에 이태원에 맛있는 태국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미리 검색해봤더니 10만 원이 넘더라. 당시 돈이 없어서 못 가겠다고 했더니 여자 친구가 화를 냈다. 좋아하는데 그 정도도 못 해주냐고. 그 말에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정 : 밥을 먹거나 데이트를 할 때 내 예상보다 비싼 걸 먹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자친구가 연인과는 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고가의 선물도 줬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바뀌지 않아 결국 헤어졌다.

돈이 대학생의 연애에 꼭 필요한 요소처럼 보인다
정 : 그런 것 같다. 돈이 없으면 만날 수가 없다. 남자가 나중에 아버지가 돼 아이들 교육도 못시키고 병원도 못 보내면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 : 아니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무전여행, 산책, 공부하기 등등. 어릴 적엔 러브장만 써줘도 좋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마음 쓸 줄 모르고 돈 쓸 줄만 안다. 연애는 사람끼리 좋아서 사귀는 것 아닌가.

연애에서 데이트 비용을 어떤 비율로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나
김 : 7:3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완전 더치페이는 별로다. 여자도 좀 기분 나빠할 것 같다. 아버지가 돈을 많이 내고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보고 자라서 내가 조금 더 돈을 내는 것이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정 : 절반이 그래도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조금 더 받거나 비싼 선물을 받으면 빚지는 느낌이 든다. 나중에 그만큼 돌려줄 자신이 없다.

앞으로의 연애 계획은
김 : 그래도 사람은 연애를 해야 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정 : 어떠한 법칙이 존재하는 대학교 연애에서 과거 학창시절처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