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문평 기자 (arch_eliot@skkuw.com)

연애가 지닌 환상의 이미지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대학에서의 연애’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대학생은 입시라는 한계 상황에서 벗어나 청소년기에 금기시되었던 연애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되며 20대 시기의 연애는 권장의 대상이 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 파울로가 그의 저서 ‘싱글리즘’에서 지적했듯이 사회는 진지한 연인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 정상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관점은 이들을 유능하고 바람직한 존재로 규정하며 이는 대학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통념에 의해 연애는 대학생들에게 일종의 환상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

대학가의 소비 중심적 연애문화
하지만 흔히 인식되는 것처럼 대학생의 연애가 과연 낭만적이고 순수하기만 한 걸까.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천혜정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 대학생들은 연애를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이성에 대한 높은 관심이나 연애를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와 달리 이들의 이성 관계에 대한 실제적인 훈련은 부족하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연애에 대한 환상적 이미지에 쉽게 의지하게 한다. 이는 소비 중심적 연애문화와 연관을 맺으며 연애를 둘러싼 하나의 ‘연애각본’을 만들어낸다. 즉, 자본주의적 틀 내에서 이뤄지는 현재 대학생들의 연애는 매뉴얼화된 연애각본을 이행하는 형태로 전개된다. 결국 SNS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타인의 연애에 대한 비교와 평가가 연애 성공의 척도가 된다. 이러한 ‘타자 지향적’ 연애는 이벤트와 선물 등으로 대표되는 가시적이고 비교 가능한 ‘소비 행위’로 그 주된 부분이 채워지게 된다.
이러한 연애 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연애 자체가 소비 과정으로 치환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감성적 문제와는 별개로 소비적 연애 방식을 따르지 못해 연애 관계 자체를 포기하는 개인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소위 ‘삼포 세대’로 일컬어지는 세대 담론에서 규정되듯 많은 대학생들은 △연애 △결혼 △출산에 수반되는 경제적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이러한 관계설정을 포기하는 데 이른다.

연애를 가로막는 사회
그러나 대학생들의 연애를 좌절시키는 요인을 단순히 대학생들의 소비 중심적 문화로 일원화시키는 것은 지나친 속단이다. 우리 학교 비교문화협동과정 김주은 석사는 “인간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치가 자본의 논리에 예속되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가속하는 전 사회적인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들의 연애와 결혼을 힘들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 최근의 담론들이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인 엄기호 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는 이러한 문제의 기저에 신자유주의 체제에서의 노동 문제가 존재함을 지적한다.
신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추구한다. 이에 기반한 사회경제체제 하에서 최근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에 쉽게 노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방식은 잦은 이동과 급여의 불안정성을 초래함으로써 연애·결혼 등 한정적 시공간에서 오랫동안 지속해야 하는 친밀성과 유대감의 관계를 보장하지 못하게 한다. 그 외에도 △등록금 △주거문제 △낮은 시급 등의 문제가 대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연애조차 버거운 짐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청년 세대의 사랑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