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지현 기자 (jihyunkang95@skkuw.com)

“그건 기자가 아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네, 지금”
“작은 사건을 너무 오래 다루고 있는 것 같아”
지난주 게시판 철거 사건을 취재하면서 유학·문과대 행정실과 학생지원팀에서 들은 말이다. 이번 게시판 철거의 주체인 행정실은 ‘철거 이외의 대안이 있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이상한 생각”이라며 “게시판의 모든 권한은 행정실에 있다”고 답했다. 또 게시판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자 왔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학지팀은 ‘작은’ 사건에 왜 매달리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두 마디 말을 통해 학교 본부와 행정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관리자는 시설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떠한 조치를 취해도 정당하다. 또한 그러한 행위는 권한을 가진 자가 한 행동이므로 지극히 당연한 ‘작은’ 문제일 뿐이다.
가히 충격이다. 이것은 학교의 실질적 사용자인 학생의 의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공간이 줄었으며 사용자인 학생과 사전논의를 해야 했다는 반발의 목소리는 그들 귀에까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어쩌면 귀를 닫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교육부 사업이 시행되는, 이런 큰일들에 비해 게시판 문제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해 학교가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다른 일들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08년에는 사회복지학과를, 12년에는 농구부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려고 한 학교의 시도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도대체 관리자의 관리 책임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국가는 국민 생활을 정책을 통해 이끌어 나가야 하는 관리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그 책임이 국민의 의사를 무조건 방관하고 모든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정당화 수단이 된다는 것인가?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 이들에게는 당연하지 못하나 보다. 학교 본부는 위에서만 내려다보지 말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아래에서 올려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