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와 결정학 연구는 상호 발전 중
방사광가속기와 결정학 연구는 상호 발전 중
  • 윤나영 기자
  • 승인 2014.03.24 18:12
  • 호수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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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가속기연구소(PAL) 방문기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준공된 3세대 방사광가속기(이하 3세대 가속기)다. 지난 20일 기자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연구 시설인 ‘포항가속기연구소(PAL, 소장 조무현)’를 방문했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단백질 결정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연길 연구원과 만나 방사광가속기의 원리와 발전에 대한 자문을 얻었다.

▲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단백질 결정학을 연구 중인 김연길 연구원. /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결정학 연구의 축이 되는 방사광가속기
방사광(放射光)이란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방향을 바꿀 때 접선 방향으로 방출하는 빛을 의미한다. 방사광이란 단어에서 대부분 방사능을 떠올리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퍼져 나오는 빛’이란 뜻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켜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선 1994년 건설된 포항방사광가속기가 유일하다.
과거에는 결정학 연구에 필요한 X선을 얻기 위해서 X선 발생장치(X-ray generator)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 장치는 한 기계에서 X선의 파장이 무작위로 발생하고, 파장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김 연구원은 “X선의 파장을 바꿀 수 있어야 회절 무늬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필요에 의해 발명된 것이 바로 ‘방사광가속기’다. 방사광가속기는 연구자가 원하는 파장으로 바꿀 수 있으며 전통적 방법보다 훨씬 강력한 X선을 발생시킨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선형가속기 △저장링 △빔라인으로 구성된다. ‘선형가속기’는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를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 가속된 전자는 전송선을 지나 ‘저장링’으로 이동한다. 전자에서 방사광이 나오게 하려면 이동 방향을 변화시켜야 하므로, 저장링 바깥에는 24개의 대형 전자석이 설치돼 있다. 전자는 전자석에 의해 15도씩 24번 방향을 바꾸며 원형궤도를 돈다. 이때 발생한 방사광은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는 ‘빔라인’으로 이동한다. 연구원들은 방사광 중 특정 파장을 선택해 연구에 활용한다. 김 연구원을 포함해 해마다 2,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이곳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 빔라인은 방사광의 성질을 조절해 실험 장치까지 전달한다. / ⓒ포항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

4세대 가속기로 단백질 결정학의 새 지평을 열다
기존 1세대부터 3세대 가속기까지는 단순히 가속기의 규모가 커졌다는 차이만 있었다. 그러나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하 4세대 가속기)는 3세대 가속기와 빛을 내는 과정이 전혀 다르다. 전자를 원형궤도로 돌리는 대신, 전자가 지나가는 길에 전자석을 늘어놓아 전자를 좌우로 진동시킨다. 그 결과 전자가 길 끝 부분에 이르면 ‘X선 레이저’가 만들어지게 된다. X선 레이저는 3세대 방사광보다 100억 배 이상 강하며 길이가 100fs(펨토초, 1fs=10-15초)이하로 훨씬 더 짧은 특성을 가진다.
4세대 가속기는 기존 3세대 가속기가 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4세대의 짧은 X선 파장으로 나노 크기의 물질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분자결합 △생체반응 △화학 촉매반응과 같이 너무 빨리 진행돼 확인할 수 없었던 순간의 변화과정을 자유자재로 포착할 수 있다.
물리적 기능이 강화된 것 이외에도 4세대 가속기는 그동안 연구 속도가 느렸던 단백질 결정학의 발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인다. 결정학에서 물질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선 큰 결정을 생성하는 것이 첫 단계다. 결정의 크기가 작으면 회절신호가 너무 희미해 분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백질 결정학이 노벨상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백질 결정학은 결정학 분야에서 매우 전망이 밝지만, 단백질 결정을 크게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워 발전 속도가 더뎠다. 김 연구원은 “단백질 결정은 숙련된 대학원생도 1개 만드는 데 평균 2년이 걸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4세대 가속기가 완공되면 3세대보다 훨씬 강한 빛을 발생시켜 아주 작은 단백질 결정도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된다.

▲ 선형가속기에서 전자가 빛의 속도로 가속된다. / ⓒ포항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올해 말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예산 지원이 줄어들어 2016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이다. 김 연구원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우리나라 단백질 결정학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4세대 가속기는 빔라인이 두 개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3세대 가속기와 보완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인터뷰 직후 김 연구원과 만났던 원형의 건물이 바로 ‘저장링’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건물이 무척 고요했기 때문에 전자가 빛의 속도로 주위를 돌고 있을 거라는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그런 곳이었다. 고요하지만 아주 강한 힘을 내고 있었다.

▲ 저장링에서 전자는 원형궤도를 돌며 방사광을 방출한다. / ⓒ포항가속기연구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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