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안녕들하십니까’ 책 표지(왼쪽 사진)와 대성로에 붙어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들.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안녕들 하십니까?’ 
더없이 평범한 안부 인사에 한국사회가 술렁였다. 지난해 12월 10일, 고려대 학생인 주현우 씨는 학내에 ‘안녕들 하십니까? (이하 안녕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해당 대자보에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밀양 주민의 음독자살 △철도 파업 노동자 수천 명 직위 해제 등 사회 현실에 무관심한 동 세대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한 자 한 자 손으로 적어 내려간 대자보에 대학가는 물론 △성소수자 △주부 △직장인 △청소년 등 사회 각계각층의 답장이 이어지면서 안녕들 대자보는 사회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로부터 100일. 안녕들 대자보가 책으로 탄생했다. 지난 20일 출간된 도서 『안녕들 하십니까?』는 전국각지에 부착된 안녕들 대자보 200여 장을 담았다. 지난 1월 13일부터 보름간 수합한 대자보들은 △주현우 씨의 대자보 이후 각 대학에 붙은 응답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사회 문제에 대한 각성을 담은 대자보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학 밖에서 쓰인 대자보 (우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자보를 붙일 여건조차 되지 못했던 소수자의 대자보 (안녕하지 못하다 말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등 네 종류로 분류됐다. 화제의 대자보를 작성한 이들의 인터뷰를 담은 에필로그도 마련했다.

첫 대자보 이후 100일,
다시 '장작 말리는' 과정으로 

이러한 작업에 대한 요구는 안녕들 현상이 지나간 ‘무용담’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주현우 씨는 지난 19일에 열린 토론회에서 “불을 붙이는 것보단 장작을 말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전했다. 안녕들을 통해 드러난 고민이 일상 영역에서 계속 논의되지 않으면 이번 현상 역시 2008년 촛불집회처럼 ‘한 번의 경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막는 가장 큰 방법은 안녕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안녕들은 △대학 △주제 △지역 △직종별로 커뮤니티를 꾸려 자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 안녕들 △성소수자 안녕들 △청소년 안녕들 등 수십 개의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책 출간을 기점으로 북 콘서트와 팟캐스트 사업 등이 예정돼 있다. 안녕들 현상과 관련해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듣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책 발간으로 ‘마침표’ 찍다
이번 작업은 자발적으로 꾸려진 안녕들 출판팀이 기획부터 최종 편집까지 직접 진행했다. 출판팀에 참여한 우리 학교 조현재(러문08) 학우는 “첫 대자보로부터 100일이 흐른 지금, 안녕들 열풍이 성과 없이 증발해버렸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책 출간이 안녕들 현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녕들 정국을 정리하고 기록함으로써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조 학우는 “책을 통해 지난 석 달간 이어진 안녕들 현상에 대한 정리를 해봤으면 한다”며 “어떤 정국에서, 왜 안녕들 열풍이 시작됐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안녕들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안녕들 열풍 석 달 만에 출간된 책 『안녕들 하십니까?』는 다시금 오늘 우리의 안녕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나는 언젠가 타오를 장작을 말리는데 충실하고 있는가? 혹시 내 안녕들에 대한 고민은 한순간의 불꽃과 함께한 ‘무용담’이 아니었을까. 안녕들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이 의심 가는 독자라면 이 책을 집어보자. 그 고민의 시작으로, 책의 인세는 전액 ‘안녕하지 못한’ 우리 이웃을 위한 동행 기금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