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원(영문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작년 이맘때의 나는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동안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있었다. 비록 2012년 2학기 종강 후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다시 개강을 맞아야 했지만, 전혀 새로운 곳, 그것도 자유의 땅 미국에서의 생활이라는 설렘과 흥분으로 그 정도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얼마 가지 않았는데, 곧 과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주 3일 매 수업마다 교재를 요약해서 제출해야 했던 과목도 있었고, 거의 2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에세이를 써야 했던 과목들도 있었다. 공부나 학점관리보다는 경험과 어학에 초점을 맞추자는 애초의 목표와는 달리, 결국에는 과제 하느라 매일 방에 틀어박혀 있던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게다가 토론형식으로 진행되던 문학수업은 시의 함축적 의미는커녕 표면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거웠던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고, 수업시간에는 맨 뒷자리에 앉아 고개 숙인 채 시간을 보낸 날도 점점 많아졌다. 그렇게 두 달 정도를 보내고 나니 나중에는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와있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고, 책상이나 침대 밑, 벽장 속같이 어두운 곳을 보면 들어가서 숨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힘든 와중에도 겨우 참고 버틴 동기가 되어준 것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 일주일을 쉴 수 있는 봄방학(spring break)이었다. 이때 많은 교환 학생들이 여행을 가는데, 나는 ‘미국에 왔으면 뉴욕은 가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혼자서 2013년 3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뉴욕, 워싱턴DC, 보스턴을 거친 동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하필 나의 생애 첫 여행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였을까, 여행 계획 단계부터 학교로 돌아온 그 순간까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뉴욕에 도착한 날 현금과 카드 모두 들어있던 지갑을 잃어버렸다거나, 버스가 날씨 이유로 갑자기 취소되어 한밤중에 승강장에 발이 묶이게 된 것 등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한 일들이 많았지만, 나는 이 여행을 통해 얻은 바가 매우 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어쩌면 나보다도 더 애가 타셨을 부모님과 걱정해준 친구들의 소중함, 당시 크고 작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이제는 내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갚으며 살아야겠다는 다짐, 또 내 자신을 성장시키는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몸소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여행 후에 나는 내 자신이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제로 바쁘고 공부가 어려운 현실은 여전했지만, 이전보다 의욕도 생기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붙으니 똑같이 힘든 일에 대해서도 ‘못 하겠어’라는 생각 대신 ‘조금 더 잘할 수는 없을까’ 하는 태도의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한 학기 동안의 교환학생 생활은 비록 많은 아쉬움은 남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고, 특히 그중 10일간의 여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있다.

 

 

 

 

 

▲송채원(영문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