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중어중문과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3월 17일 자 <성대신문> 제1557호 ‘교문을 정비해 우리의 상징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읽었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참으로 똑 떨어지는 지당한 칼럼<사설>이라 생각돼 그 꼬리를 잡고 이 글을 쓴다. 한마디로 ‘허술한 교문’(서울 잠실에 있는 한 고층 아파트의 정문이 연상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들은 바 있다)에 대해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쉬워했을 것이다. 건학 616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 최고(最古)의 대학을 상징하는 교문다운 교문을 갖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못해 한탄스럽다.
선배들로부터 6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동안은 궁궐식 3칸 목조 교문으로 ‘大成門’이라는 현판을 달고 그 위용을 자랑했다고 들었다. 몇 년 전 홍보팀에서 제작한 <사진으로 본 600년사>에서도 본 적이 있다. 차량 통행이 늘고 소방차 등 대형차 출입에 지장을 준다며 철거하고 현재의 벽돌식 교문을 세웠다고 한다. 다행히 서울시와 종로구청에서 우리 교문 앞 옹색하게 늘어선 구멍가게들을 헐고 쉼터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니 참으로 오랜 숙원이 풀리게 돼 속이 다 시원하다. 차제에 총동창회와 총학생회 등이 주축이 돼 ‘교문건립위원회’ <대성문 재건위원원회>(가칭, 어쨌든 현재 교문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를 만들어 제대로 된 교문 건립에 나섰으면 좋겠다.
우리 대학은 어느새 20만 동문이 한 식구가 된 대가족이 됐다. 오는 5월이면 원남동 사거리에 우뚝 선 글로벌센터(동창회관) 준공식을 거행하게 한다고 한다. 우리 대학은 최근 언론이나 외국의 전문 평가기관에서 실시한 대학평가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참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상을 보였다. 세계적인 굴지(屈指)의 대학을 향하여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때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서 우리 대학의 세계적인 위상에 걸맞은 교문을 건립한다는 것은 참으로 중차대(重且大)하고 시급(時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건학 616주년에 걸맞은 역사성과 전통성도 살리고 첨단 건축기법까지 동원함으로써 전통과 첨단이 조화를 이루는 교문을 짓도록 하자. 차제에 교문 앞 복개도로 밑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반교(泮橋)도 복원하여 교문 앞 광장을 관통하는 ‘지혜의 실개천’이 되도록 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 같다. 교수들은 교수대로, 동문들은 동문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벽돌 한 장’씩 성의를 보이자. 십시일반(十匙一飯)이요, ‘티끌이 모아 태산’이라 하지 않던가. 우리는 충분히, 너끈히 한국의 대학을 상징할만한 교문(정문)을 만들 자격이 있지 않은가.
그 교문을 우리 대학의 상징물로 삼자. 교문의 이름으로는 예전에 있었던 ‘대성문’(大成門)이 정말 안성맞춤이자 최고의 걸작이다. ‘대성’은 불세출의 성현 공자의 시호 ‘대성지성문선왕’에서 따온 것인데, ‘큰 대’(大)와 ‘이룰 성’(成) 두 글자를 합쳐 속뜻을 구성해 보면 ‘크게 성공하는 문’이니 대학 정문의 이름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이 문을 거쳐 ‘대성로’(大成路)를 오르내리며, 상아탑의 전당에서 훌륭한 교수님들은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고, 영특한 학생들은 대학 시절 낭만을 구가하면서도 학문에 열심히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자. 그리하여 훗날 사회의 일꾼이 돼 모교만 생각하면 그 멋진 교문이 떠오르고, 청춘의 열과 성을 다하던 시절을 기억하게 만들자. 다시 1,000년을 맞이할 우리 대학의 은성(殷盛)한 역사(歷史)에 길이 남을 역사(役事)를 자진하여 떠맡게 되는 것은 축복받은 자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리라!

 

 

 

 

 

 ▲전광진(중어중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