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홍승찬 교수

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 홍승찬 교수가 예술계 전반에 걸친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전문대학 예체능 계열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다. ‘예술 경영’ 1세대 교수로 우리나라 대표 예술 전문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준비 과정부터 참여해 10여 년 간 총장을 지내기도 한 홍승찬 교수는 다양한 예술계에서의 경험을 거치며 ‘우리나라 예술 인식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계획성 없는 시스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해
 수요는 턱없이 적은데, 공급이 너무 많다. 예술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 자체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고, 수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정 ‘방안’에 대해서는 조금 더 주의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홍승찬 교수는 해결의 첫 단추가 문제의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 본다. 애초에 이렇게 많은 대학이 생겨난 원인이 무엇일까. 계획성 없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라도 ‘계획성’ 있는, 준비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 홍 교수는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지만, 그냥 단순히 예술은 중요하니까 예술 하는 사람들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 이런 얘기가 아니다”며 “이젠 구체적인 계획과 연구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한다. 그가 얘기하는 ‘구체적인’ 연구란,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다. 그는 “사람들이 한 달 동안 음악회를 몇 번 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악단이 몇 개 있어야 하는지 등의 이런 현실적인 얘기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런 준비는 하나도 해 두지 않은 채, 단순히 ‘감’으로만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지금 정책의 가장 큰 문제다.

 예술계에 만연한 ‘쏠림현상’
 이런 문제들은 예술계에 과도한 ‘쏠림현상’을 부추겼다.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넘어선 사람은 완전히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형편이 낫고, 그 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벌기 힘든 구조가 그것이다. 그리고 예술계에서는 후자, 즉 제대로 벌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대다수다. 홍 교수는 이것이 우리나라가 예술을 일상적이지 못한 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꼭 세계적으로 최고인 것만이 감동적이고,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걸 알려면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의 경험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아무 데서도 해주지 않는다.”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초등학교 교육부터 입시 위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여건상,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교육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는 물론이고, 관심조차 적은 것이다. 홍 교수는 문화 예술 관련 과목에 대한 커리큘럼과 시스템부터 잘못돼 있다고 지적한다. “오선지에 음표만 그리는 음악 시간에,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음악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예술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 순위가 항상 뒤로 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먹고 사는 것 말고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든 것들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교육은, 모두를 장애인으로 만드는 교육이다.”라며 쓴소리를 한다.
 이런 초등 교육부터 바꿔나가려면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 하지만 이런 기반은 갖추지 않은 채 취업이 안 되면 ‘취업시킬 방법’, 인원이 많으면 ‘감축할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하니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미 벌어진 것이니, 핵심부터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졸속 해법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