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UMC 유승균(국문98) 동문

기자명 신문평 기자 (arch_eliot@skkuw.com)
▲ 유승균(국문98) 동문이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을 설명하고 있다. /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생소한 음악이었던 힙합은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한 장르가 됐다. 힙합의 저변은 확대됐지만, 라임(Rhyme)이나 스웨거(Swagger) 위주의 곡들에 대한 비판 역시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누구보다 거침없는 비판을 해온 것이 UMC, 유승균(국문98) 동문이다. 유 동문은 고등학교 때 PC 통신을 통해 흑인음악 동호회 ‘Soul Train’에 가입하는 등 90년대부터 각종 힙합 공연에 참여해온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1세대 뮤지션이다.
“(한국 힙합에 대한) 저의 고민은 여러 뮤지션들이 라임 자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음악 활동을 시작했던 초기부터 그는 운율과 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라임을 사용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학내 힙합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힙합계의 이런 모순을 해결하고자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한국적 운율에 기반을 둔 음악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시도했다. 2001년 발표된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와 ‘This Is How We Run’ 등 여러 곡에 이러한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대중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이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그는 방송과 강연이라는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했다. 2009년 그는 ‘Power to the People’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고 그 해 5월, ‘20년을 랩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경희대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음악에만 집중했던 그가 대중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만나고 싶은 장소에서 제가 전달하고 싶은 콘텐츠로 대중들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문화 콘텐츠의 전달에 있어 생산자가 스스로 그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도 그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2012년부터 팟캐스트 방송인 ‘그것은 알기 싫다’와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를 진행하고 있다. ‘그것은 알기 싫다’는 탐사보도에 기초한 시사 프로그램이며, ‘요즘은 팟캐스트 시대’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코미디 장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방송에 대해 그는 두 장르가 본질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한다. “생활 속 부조리가 코미디가 되는 것이고 그 부조리는 곧 시사 문제와 다르지 않죠.” 그만의 이러한 독특한 발상 때문일까. 현재 두 프로그램은 팟캐스트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디어 종사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는 구조적 현실로 인해 자칫 정적일 수 있는 대학 문화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대학이 세상의 변화에 한 박자씩 늦게 대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대학과 대학생들은 새로운 매체나 소통방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해요.” 음악과 방송을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유 동문. 고시나 취업 등 정형화된 삶만을 추구하며 도전정신을 잊기 쉬운 최근의 세태 속에서 그의 일갈이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