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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문화 공동체, 우리 동네 책방 '풀무질'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은종복 씨
나영인 기자  |  nanana26@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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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9호] 승인 2014.04.07  20: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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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인사캠 정문 근처의 한 서점이 21살 생일을 맞이했다. ‘불을 피우는 기구로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라는 이름처럼, 세상에 따뜻한 바람을 일게 하는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이다. 1985년 우리 학교 동문 자매가 세운 이 서점은 1993년, 지금의 풀무질 일꾼 은종복(50) 씨의 품으로 왔다. 서울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과 함께 서울 유일의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남아있는 책방의 일꾼인 그를 만났다.
 

대학 시절 문학 소년이었던 그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졸업 후 신문 배달과 지역운동을 하던 그의 눈에 우연히 띈 것은 새 주인을 찾는 풀무질이었다. 원래 주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책방을 내놓은 것이다. 아버지와 형제들 모두 책방 인수에 반대했지만, 어머니의 든든한 지원으로 책방 권리금을 내고 운영을 맡게 됐다.
수험서도 팔지 않고 할인도 안 했지만, 어머니에게 빌린 돈의 이자를 갚고도 수익을 꽤 낼 만큼 책이 잘 팔렸다. 당시 우리 학교에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이 100개 남짓 될 만큼 인문학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껍데기를 벗고서', '철학 에세이' 등 인문사회과학 책 10여 권은 한 달에 100권 이상씩 팔렸다.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물은 언제나 책이었고, 체육대회 상품은 풀무질 도서상품권이었다. 아예 책장 한 칸을 모두 구매해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풀무질에서 파는 책이라면 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었던 거 같아.” 그는 미소를 띄우며 당시를 떠올렸다. 학생들과 있었던 웃지 못할 일도 들려줬다. “김귀정 열사 추모제에 간다고 학생들이 하나둘 책방에 가방을 던져 놓고 나가는데, 나중에는 그게 수백 개가 쌓여서 책도 못 팔 정도였지.”
책 판매가 잘 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가위와 설을 제외하고는 항상 책방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쉼 없이 일하는 그도 한 달가량 서점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있었다. 1997년 4월 15일. 갑작스럽게 경찰들이 들이닥쳤고, 점심을 먹으려던 그를 긴급체포했다. 그렇게 끌려간 곳은 남영동 대공분실. 2주 동안의 취조 후 서울 구치소로 옮겨졌다. 죄목은 국가보안법 7조 5항, ‘이적 표현물 판매죄’였다. 이적 표현물에는 기존 서점에서도 널리 팔리던 '다시 쓰는 한국 근현대사', '아리랑', '전태일 평전' 등이 포함됐다.
   
▲ 책 표지를 포장하는 풀무질의 포장지. 금서를 가리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구치소에서 나오니 남은 것은 수백만 원의 빚.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IMF를 겪으면서 책방의 사정은 더욱 안 좋아졌다. 서점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10년은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지내온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나 아니면 이 풀무질이 영영 문 닫을 것 같았어. 너무 슬픈 일이잖아.” 어떤 어려움도 공동체를 통해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이후 더 싸고, 더 넓은 곳을 찾아 2007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됐다. 이사할 당시 20여 명의 학우가 동참해 함께 짐을 날랐다. 이런 학우들과의 인연은 책 읽기 모임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10년 발간된 은종복 씨의 책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에서 한 단골 학우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울한 청춘의 시시콜콜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준 사람.” 책방을 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생각과 대화를 나누는 공동체다. 이 작은 공동체는 지금 변화를 꿈꾸고 있다. 작년 11월, 어린이 도서관 설립을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것이다. “온 세상 어린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하고 싶다”는 은종복 씨의 소망을 담은 변화다. 앞으로 천 명의 조합원을 모아 서점을 협동조합으로 확대하고, △여성 쉼터 △유기농 술집 △채식 밥집 등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자신의 방법을 전수해 사라진 각 대학의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으로 자생력 있는 동네 서점들이 생겨나는 거지. 그런 서점이 서울에 천 개쯤은 더 있었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항상 마주치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책방 주인이면 책 좀 많이 읽어달라고 하겠지만, 난 책방 일꾼이고 문화 운동하는 사람이니까(웃음). 학생들이 생각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가 말하는 생각이란, 자신의 철학을 만드는 과정이다. 청춘들이 남들 하는 대로 쫓아만 가는 그런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힘들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 오늘도 그는 ‘풀무질’이라는 이름처럼 세상에 솔솔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은종복 씨가 지난달 25일 발간된 자신의 저서 '야야, 어느 쪽 무가 더 커보이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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