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소리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떨까. 빠른 속도로 차가 지나다니는 고속도로에는 많은 소음이 발생해 방음벽을 설치한다. 그런데 여기서 흡수된 소리를 이용해 다시 전기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렇게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에너지원으로 휴대용 기기를 작동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 ‘나노전자물성연구실(이하 나노연구실)’이다.
최근 나노연구실은 그래핀을 활용해 소리의 진동에너지를 ‘마찰전기’로 전환하는 장치를 고안했다. 지난 2010년 나노연구실은 세계 최초로 소리의 진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화제가 됐다. 압력이나 진동을 가하면 전류가 발생하는 ‘압전’원리를 이용했다. 두 기판 사이에 나노선(Nanowire)을 수직으로 배열한 후 한쪽 기판에 소리의 진동에너지로 자극을 주면, 나노선이 압력을 받아 전류가 흐르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압전 기술을 사용했을 때 장치의 출력은 수십 밀리볼트(mV)에 불과했다. 보완을 위한 연구를 거듭하던 연구진은 소리로 ‘마찰전기’를 발생시켜 ‘압전’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큰 전압을 생성했다.
과거 나노 규모의 전기 발생 기술은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원자력 △태양력 △풍력 등 대규모 전기 생산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양력을 활용한 태양전지(solar cell)는 빛이 강하게 들어올수록 전기 출력이 크게 만들어져 있다. 그 결과 빛 강도가 약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태양전지의 사용은 적합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내 공간에선 나노연구실의 소리-마찰전기 장치 같은 나노 규모의 기술이 더 큰 출력을 낸다. 이번 기술이 특히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또한 이번 연구는 독특하게 일반 금속 대신 ‘그래핀’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과거 장치에서 사용한 △금 △은 △구리의 일반 금속은 소재가 불투명해 활용 가능성이 낮고 깨질 위험이 컸다. 그러나 그래핀은 일반 금속보다 더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늘어나고 △투명하며 △휘어지는 전기 발생 장치가 될 수 있다. 김상우 교수는 “그동안 그래핀은 내부 전기를 밖으로 뽑아내는 전극의 역할을 했을 뿐 전기를 만드는 데 직접 사용되진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그래핀 자체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연구에도 여전히 극복해야할 한계가 존재한다.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선 전압이 최소 3.4V가 돼야 한다. 현재 기술로 전압은 그 이상 충분히 생성되지만, 문제는 전류 값이 수십 밀리암페어(mA)로 작아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류 값을 증가시키기 위해 그래핀 품질을 향상하거나 마찰이 더 잘 일어나도록 표면의 구조 변형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래핀이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전기 발생장치에서 최적의 물질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일반 금속을 사용할 땐 100~200V의 출력이 나오지만 그래핀을 사용했을 땐 3~10V 정도에 불과하다. 전류뿐  아니라 전압 자체를 높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는 “나노 규모의 발생 장치에서 전압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나갈 것”이라며 계속해서 발전된 연구를 해 나갈 뜻을 밝혔다.

▲ 마찰전기 발생장치로 휴대전화가 충전되고 있다.
▲ 나노전자물성연구실의 김상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