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 유교문화연구소장 인터뷰

기자명 장진우 기자 (tim8487@skkuw.com)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산하 유교문화연구소는 전통 유교사상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을 목적으로 2000년에 설립된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제8대 소장으로 취임한 신정근 유학동양학과 교수 역시 유학의 현대적 이해와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온 대표적 학자 중 한명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포함해 수십 권의 책을 저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유학의 대중화 방안과 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학교는 그 뿌리가 유학에 있음에도 많은 학우가 유학에 대해 잘 모른다.
동양철학 교수로 일하다 보니 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낮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됐다. 대학생들은 유학을 배우는 것이 졸업 이후의 시험이나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유학에서 멀어진다. 물론 나를 비롯해 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잘못도 있다. 학문은 결코 외부 사회와 떨어져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문의 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함과 동시에 대중에게 친숙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지식의 공유와 전달에 힘써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본인의 저서에서 <주역>과 <논어> 같은 ‘경전’이 권위를 낮추고 좀 더 대중 친화적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는 읽는 사람과 지식의 눈높이가 같아야 그 의미가 독자에게 받아들여진다. 내가 읽는 책에 대한 이해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채 무작정 읽는다면 이는 ‘읽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책을 진정으로 ‘읽기’ 위해서는 책을 경전의 위치에 올려놓기보다도 인문학의 자리로 내려놓아야 한다. <주역>이나 <논어> 역시 그 권위를 내려놓아 보다 많은 이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면 진정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유학이 현대인의 삶과 문제 해결에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설명해 달라.
유학의 지혜를 현대 사회 문제의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진영 논리 문제에 선대 유학자들의 지혜를 적용해보자. 순자는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 의견분출의 시대에 어떤 주장이 근거와 이치를 갖추고 있다면 주장 자체에만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 윤리학에도 *무지의 베일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한 주장에 대해, 주장의 발화자가 누구인지와 같은 외적 요인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 자체에 주목해야 그 말이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에 더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교문화연구소 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계획인가.
유학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더불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유학이 더 친근감 있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도 해나갈 계획이다. ‘전통의 향기’라는 고전 글귀를 엘리베이터 안이나 주요 건물 벽에 부착해 놓은 것도 유교문화연구소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이 외에도 유학이 학생들에게 더 다가가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학생들도 유학에 관심을 두기 바란다. 만약 유교문화연구소에 의견을 개진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유학의 국제화를 위해 연구소 차원에서 힘쓸 것이다. 국제 학술 대회를 개최하는 등 유학의 교류가 더 활발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무지의 베일=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나온 말로, 특별한 정책안의 결정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이 어떤 대안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지를 모르는 상황을 뜻함.

▲ 신정근 유교문화연구소장이 실생활에서 유교가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솔 기자 eunsol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