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 외대알리 3호가 배포대에 놓여있다 ⓒ외대언론협동조합 제공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 협동조합 형식의 대학 언론 ‘외대알리’가 제3호를 발행했다. 외대알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보사 ‘외대학보’ 출신 기자들이 만든 학내 독립 언론이다. 학보사 출신 기자들이 창간한 자치 언론이라는 점과 국내 대학 언론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외대알리의 새로운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교 탄압 없었다면 독립 언론도 없었을 것”
지난해 11월 창간된 외대알리의 탄생 배경에는 학내 언론에 대한 학교 측의 탄압이 있었다. 외대학보는 2012년 12월, 총학생회 선본 공약 분석 기사가 '선거 개입'이라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발행을 거부당했다. 이에 학보사 기자들은 사비를 털어 '선거 특집호'를 발행했고, 이에 학교는 학보사에 대한 모든 재정지원을 끊었다. 학보사 편집인인 주간교수는 ‘학보사의 정상화를 위해 편집장이 그만둬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그렇게 강유나 외대언론협동조합 이사장은 외대학보 편집장에서 해임됐다.
임채윤 외대알리 편집장은 “학교 측의 탄압이 없었다면 독립 언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내 언론에 대한 편집권 침해 사례가 늘면서 대학 내 독립 언론의 창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가톨릭대학교 학보사 '가톨릭대학보'는 주간교수 교체를 요구하며 '언론자유수호투쟁'을 벌였고, 건국대학교 학보사 '건대신문'은 2011년 2학기에 주간교수와의 편집권 갈등으로 편집국장이 해임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본지 역시 지난해 주간교수의 결호 선언으로 한 달 넘게 신문이 발행되지 못하는 등 대학 언론과 학교 측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등장한 것이 독립 언론이다. △국민대 ‘국민저널’ △우리 학교 ‘고급찌라시’ △중앙대 ‘잠망경’ 등이 그 예다. 각각 △2012년 9월 △2012년 3월 △2011년 12월 창간된 이 매체들은 학교와 학생회 모두로부터 고정적인 지원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자금난 대책 꾀하다
그러나 독립 언론은 안정된 수입 구조가 없어 필연적으로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독립 언론이 기자들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대알리는 협동조합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자율적인 조직으로, 조합원들은 출자액수와 관계없이 1인 1표의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임 편집장은 “학생회뿐 아니라 동문, 학우, 교수, 직원까지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있다”며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외대알리 창간호 김은솔 기자
eunsol_kim@
외대알리를 발행하는 외대언론협동조합은 지난달 8일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다. 학생대표기구도 대표기구별 전체 회의에서 인준 의결 절차를 밟아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총학생회 △단과대 △과학생회 △일반 학우 등 열다섯 단위가 조합 가입을 마쳤다. 학생회가 조합원으로 참여할 경우 학생회비의 일부를 조합비로 출자하게 된다. 그렇게 모은 조합비로 작년 11월 20일, 외대알리 창간호 1000부를 세상에 내놨다. 총장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들의 공약과 성향, 자질을 면밀히 조사한 총장 선거 특집호였다. 강 이사장은 “기존 학보사였다면 풍자까지 담고 있는 이 정도 내용은 실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외대알리가 협동조합 형태로 자리 잡기까지는 대학언론협동조합의 도움이 컸다. 정상석 전 전북대 신문사 편집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곳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뒤로 대학언론의 편집권 독립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외대알리가 있는 외대언론협동조합은 이들의 첫 번째 작품이다. 정 이사장은 “편집권 탄압을 가하는 학교에만 기대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힘을 합쳐 시도한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외대알리의 의의를 밝혔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앞으로도 △기자 교육 △디자인 △협동조합 운영 등에서 외대알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협동조합, 위기의 대학언론 대안 될까
‘알권리’ 고민하는 대학언론인 주목

창간호 발행 이후 네 달여가 지난 지금. 외대알리는 좀 더 장기적인 재정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에만 의존해 발행됐던 창간호와는 달리, 광고대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발행비를 조달하는 구조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강 이사장은 “발행비 부담을 덜어낸 대신 매체의 질 향상을 위한 재투자에 집중하고자 외대언론협동조합 내 경영팀을 신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 올해 상반기 내로 서울시로부터 협동조합을 인가받고, 보다 안정적인 조합원 확보를 위해 외대언론협동조합을 학생회칙에 명문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물론 갓 첫발을 뗀 외대알리의 미래가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합원 대부분이 학생회라는 점에서 학생회에 대한 비판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 역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외대인의 알권리’를 표방한 외대알리의 실험적인 행보가 ‘알권리’를 고민하는 대학언론인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