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으로 창업 가능한 판다고, 소외계층 생계도 책임진다
판다고는 1평 규모의 초소형 점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간편 식사 전문점이다. 기존 가판대 내부에 조리 기구를 들여놔 그 안에서 직접 밥을 한다. 작은 규모의 매장이다보니 관리 인원도 매장 하나당 2명뿐이다. 관리유지비용이 적게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판다고 창업 프로그램은 열린정보장애인협회(이하 장애인협회) 복지사업본부에서 준비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판다고 매장 창업 비용은 1500만 원이다. 다른 프랜차이즈 창업이 최소 1~3억 원가량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금액이다. 장애인협회 김용두 대표는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며 판다고 사업의 취지를 전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는 건강한 한 끼
판다고 매장에서는 2000원에서 3000원의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메뉴로는 △닭다리살 컵밥 △소불고기 컵밥 △오징어 컵밥 △일본식 카레 컵밥 △제육 컵밥 △참치김치 컵밥이 준비돼 있다. 판다고 사업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깨끗한 재료다. 지난해 KBS의 보도에 의하면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오래 묵은, 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많다. 반면 판다고는 좋은 쌀을 공수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판다고는 여주 농민들에게 의뢰해 농작한 좋은 우리 쌀을 재료로 쓰고 있다. 이들의 사업은 단순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판매하는 건 ‘밥’이니까 밥만큼은 좋은 쌀을 써서 집밥처럼 느끼게 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만든 식사를 싼 가격에 팔면 남는 게 있을까. 김 대표는 자신 있게 “남는다”며 “다만 욕심을 덜 부리는 것뿐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년에 시행한 테스트 매출 결과 3개월째부터 순수익 250~400만 원이 창출되는 경제성 있는 먹거리아이템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혜화역 매장을 오픈한 지 한 달 반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벌써 하루 매출이 20~30만 원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광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면 낙관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기는 매출은 다시 소외계층 복지에 사용된다. 판다고에서 컵밥을 사 먹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복지사업에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마음’ 담은 따뜻한 컵밥
그러나 판다고 사업에도 어려운 점은 있다. 기존에 눈에 띄는 밝은 주황색과 밤색으로 디자인돼 있던 판다고 가판대는 현재 어두운 회색 가판대로 교체된 상태다. 서울시 디자인사업으로 인해 가판대 디자인이 모두 진회색 기본형으로 통일됐기 때문이다. *가판대에서 판매 가능한 항목에 김밥은 들어가지만 ‘컵밥’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가판대 옆에 설치한 바람막이도 철거됐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혜화역 매장은 일주일가량 자리를 비웠다가 지난 1일에 다시 돌아왔다. 김 대표는 “법의 목적은 서민들이 생활 가정 기반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임에도 형식에 얽매여 본래 취지를 해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협회 복지사업본부 측에서는 계속해서 서울시 측에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혜화역 매장은 주변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나 직장인들,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판다고 컵밥을 한번 먹어본 사람은 계속 매장을 찾는다고 한다. 혜화역 매장에서 일하는 지원희 씨는 “젊은 사람들이 밖에서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성스럽게 엄마의 마음으로 맛있는 밥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성이 담긴 집밥이 그리운 바쁜 일상 속에서, 판다고에 들러 따뜻한 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가판대=서울특별시 보도상 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제9조에 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