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락(국문11)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캠퍼스에 벚꽃이 만발하는 중이다. 예상일보다 훨씬 이른 개화에 우리는 대비도 못 한 채 속수무책으로 벚꽃과 마주했다. 갑작스레 찾아와 캠퍼스를 물들인 벚꽃 앞에서, 무심히 걷던 사람들은 우선 흠칫 놀란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슬며시 설렘 가득한 웃음을 베어 문다. 캠퍼스 안은 봄빛으로 가득 찬다. 바야흐로 진정한 봄의 시작이다.
저마다 카메라를 들이밀며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아무리 화사한 벚꽃도 피어나는 젊음에 대면 그저 배경이 된다. 그래서 벚꽃도 좋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 앞에 선 사람들의 들뜬 얼굴이 좋다. 벚꽃이 아름답다며 해맑게 웃는 그들이 오히려 더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봄기운을 닮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막 캠퍼스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은 마냥 좋아라하며 웃는다. 한 학년이 올라서 이제는 과제와 전공 공부에 허덕이는 2학년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벚꽃마냥 만개한다. 진로와 취업 고민에 죽는 표정을 하던 3학년, 4학년들도 간만에 얼굴에 붉은빛이 돈다. 봄의 절정인 벚꽃과, 인생의 절정인 청춘이 마주 보고 웃는다. 그 모습이 그림 같다. 캠퍼스를 캔버스 삼아 그린 풍경화 같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안타깝다. 벚꽃은 아름다운 만큼 너무나 빨리 져버린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폭염이 찾아온다. 벚꽃만큼이나 빛나던 이들도 시들어 버린 양 고개를 숙이고 캠퍼스를 종종걸음 쳐 다닐 것이다. 곧 폭염처럼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나고, 숨이 막히고, 머릿속을 멍하게 만드는 ‘현실’이 그들을 덮칠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날의 설렘과 행복들을 모두 잊고, 하루를 참고 견디며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언제 이렇게 빛났었냐는 듯이.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 화사함은 이런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가리기 위한 가면이었냐고.
그래서 벚꽃을 보면 행복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우리네들을 보면 행복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이 벚꽃처럼 잠깐 폈다 져버리기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프기 때문에’ 청춘인 것도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 보게 될 것이다. 모두가 감탄하며 올려다보던 벚꽃이 눈앞에서 흩날리는 것을, 바닥에 깔려 차이고 밟히는 것을.
요즘은 날씨가 이상하다고들 한다. 봄이 짧아지고 사라져 간다고. 현실도 이상하다. 우리의 봄도, 인생의 봄도 사라져간다. 그래서 나는 흔들리는 벚꽃 앞에 서서 부질없는 바람을 중얼거려 본다. 지지 않았으면, 부디 꽃도, 우리도, 지지 않았으면. 그러다 다시, 꽃이 지더라도 우리의 봄은 여전하기를, 우리라도 지지 않았으면, 조용히 소망해본다.

▲ 정정락(국문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