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혜연 기자 (shy17@skkuw.com)

벚꽃이 흐드러진 완연한 봄날이 왔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노래 중 하나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지난달 26일, 우리 학교 600주년기념관 앞에서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가사는 원곡과 사뭇 달랐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나 쓸법한 앙증맞은 멜로디언과 기타 한 대로 구색을 갖춘 반주에 맞춰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벚꽃엔딩’이 아닌 ‘위헌 학칙 엔딩’을.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바꿔요. 이 학칙을/ 학교 마음대로 위헌 학칙 어떤가요 (oh no)/ 열 받은 그대와 나 서로 손잡고/ 엉망진창 이 학칙을 함께 바꿔요/ 장학금 뺏어가고/ 학생회장 후보 막아/ 위헌적인 이 학칙을/ 우리 바꿔요…”
화려한 꽃들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겨버릴 듯 화창한 봄날. 20대 학생들에게 더 어울릴법한 노랫말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꽃길을 걷는 설렘’이 아닐까 싶지만, 그들은 △교내 시설물 사용 허가제 △대자보 무단 철거 △정치적 내용의 자보 게시 불가 △정당 및 단체 가입 금지 △집회 결사에 대한 총장 허가제 △학생회장 출마 자격 제한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대학 학칙에 대한 개정을 요구했다. 주현우씨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로 촉발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중 하나인 ‘대학, 안녕들하십니까’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위헌 학칙 개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대학가에 널리 퍼져있는 위헌 학칙은 오늘날 학생들의 정치활동과 학내 자치활동을 억압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헌법을 초월한 학칙 규정들이 부활하면서 한때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대학 내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학생들은 대자보와 학내언론을 검열당하며 자기 의사를 표현할 창구를 잃었고, 국민 중 한사람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권리는 물론 집회결사의 자유마저 총장 허가제 아래 짓밟혔다.
대학가 곳곳에서 곡(哭)소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 역시 이와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최근 서일대 학생들은 학내에서 ‘학과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연극과와 문예창작과 등 취업률이 낮은 예체능 학과들에 대한 학교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조치에 반발한 것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취업률을 잣대로 구성원 간의 논의 없이 한 학과가 폐지될 뻔했다. 부푼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학생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상복을 집어 들었다.  
불행히도 서일대는 대학 내 장례식 퍼포먼스의 처음도, 끝도 아닌 한 사례일 뿐이다. 학과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언론 자유와 학생자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도 학생들은 상여를 져야 했다. 2010년 중앙대학교 교지 ‘중앙문화’는 학교 측에서 교지를 강제 수거한 것에 반발해 ‘언론장례식’을 거행했고, 한국외대는 지난 1월 등록금심의위원회 파행과 관련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학생 권리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소통이 막혀버린 대학 사회에서 학생들은 최후의 보루로서 대학에 ‘죽음’을 선언했다.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아직은 대학의 죽음을 애도하고자 기꺼이 상주로 나설 학생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푸른 봄의 흔적을 찾기에는 아직 캠퍼스의 한기가 거세다. 꽃피는 봄을 노래하기 이전에 죽음을 말해야 하는 청춘(靑春)의 4월이 못내 애처로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