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건호 기자 (rheegh95@skkuw.com)

 

       ▲ 생활도서관 학우들이 추모곡 ‘모두를 사랑하며’를 부르고 있다. /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지난 11일 자과캠 학생회관 소강당에서 △생활도서관 △중앙동아리 사회과학학회 디딤돌 △자과대 사회과학학회 여름 주최로 ‘18주기 황혜인 열사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황혜인 열사 추모 문화제는 열사를 추모하고, 그녀가 말하려 했던 노동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행사다. 황 열사는 물리학과 95학번으로 중앙 문학동아리 ‘행소문학회’와 동아리 연합회 선전국장 활동을 했다. 그녀는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학우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결국, 황 열사는 학우들의 관심을 호소하며 1996년 4월 16일 자과캠 학생회관 3층 여자화장실에서 21살의 나이로 분신했다. 황 열사는 『나의 죽음으로 현 정권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바뀌기를 바랄 뿐』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유서 마지막에 ‘열심히 투쟁하세요/노동해방 노동자가 되는 그 날까지’라는 글귀는 황 열사의 노동 문제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번 문화제를 기획한 최철환(수학09) 집행위원장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오후 7시 15분 자과대 풍물패 ‘도움소 길놀이’의 공연으로 문화제가 시작됐다. 그 후 자과대 몸짓패 ‘아성’도 공연을 펼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 황 열사의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상은 그녀가 분신한 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들것에 실린 황 열사가 응급차에 옮겨지고, 그 뒤를 따르는 학우들의 모습은 참석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후 생활도서관의 추모곡 공연과 류승완 박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류 박사는 “당시는 군사 독재에서 재벌 독재로 넘어가는 시대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기 죽음으로 학우들이 시대 상황의 문제점을 인식하길 바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알바노조 △여름 △월경 △추모연대 등 여러 학내 단체 및 외부 인사가 참여해 노동 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한편 문화제는 열악한 시설 탓에 프로젝터의 화면이 나오지 않는 등 진행의 어려움을 겪었다. 생활도서관 최민영(물리13) 관장은 “18분짜리 영상을 8분밖에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는 참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일석(자과계열14) 학우는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