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호 기자 (juvenile0223@skkuw.com)

지난해 11월 당시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전국 172개 4년제 일반 대학의 학칙을 조사해 ‘비민주적·반인권적 학칙의 실태와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간행물 발행 시 사전 허가와 지도를 규정하고 있는 대학은 83.1%, 시위 및 집회의 권리를 제약하는 대학은 73.2%에 달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치단체 조직을 허가제로서 규제하는 대학은 53.4%, 총학생회 등 학생대표의 피선거권 제한이 있는 대학은 40.1%에 이른다. 이러한 학칙의 존재는 실제 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양산했다.

규정의 일방적 적용으로 학생 자치 언론 탄압
국민저널 편집장 유지영 씨는 2년 반 동안 국민대 방송국에서 근무하다 국민대 신문방송사 위원회에 의해 해임됐다. 시간강사 노조 국민대 분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직접적인 해임 이유였다. 신문방송사 규정 제13조 4항인 ‘편집 및 업무에서 중대한 과실로 신문방송사의 명예를 손상한 자는 해임될 수 있다’가 적용된 것이다. 유 씨는 “해직 조항이 추상적일뿐더러 위원회가 3일 만에 일방적으로 해임 통보를 했다”며 부당함을 밝혔다. 또한 그녀는 해직 이전에 어떠한 항변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 고등교육법 제13조 2항 ‘학교의 장은 학생을 징계하려면 그 학생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는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에 어긋난 방식이었다.
사건 이후 유 씨는 함께 해고당했던 기자 3명과 더불어 학생회의 도움을 받아 2012년 9월 학내 독립 언론 ‘국민저널’을 창간했다. 홍보를 목적으로 설치된 ‘본부 부속기관’ 국민대 신문방송사의 특성을 극복하고자 만든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신문을 수거함으로써 ‘국민저널’의 배포를 막았다. ‘교내에 학생이 광고, 인쇄물 등을 첨부 또는 배포하고자 할 때에는 학생처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학생준칙 제9조가 적용된 것이다. 유 씨는 “최근에 이 조항은 재검토를 위해 잠시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배포를 위해 학생지원팀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2011년 3월 28일 본관 앞에서 감옥 퍼포먼스를 벌이는 노영수 씨. / ⓒ중대신문 제공
애매한 처벌 조항이 부른 부당한 징계 처분
중앙대 수료생 노영수 씨는 2010년 중앙대 연구개발센터 공사장 타워크레인 위에서 두산 재단의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는 오래지 않아 경찰서에 연행됐고, 얼마 뒤 상벌위원회가 열려 퇴학
▲ 노영수 씨가 타워크레인 위에서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중대신문 제공
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학생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를 한 자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퇴학 등으로 징계할 수 있다’는 학칙 제71조가 적용된 결과다. 노 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추상적인 조항으로 퇴학 처분을 내린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그는 승소했지만 학교 측은 곧바로 다시 상벌위원회 소집을 통보해 10여 개월의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노 씨는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복학할 수 있었다.
징계 처분으로 인해 국가장학금 수여 자격 역시 박탈됐다. 노 씨는 “학교 측에서 국가장학금 2 유형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며 “나라가 지급하는 장학금마저 사립대가 회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대는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를 통해 ‘학사 및 기타 징계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학생회장 후보자로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그의 피선거권을 제한했다. 이에 노 씨는 “학생회장 선거는 학교가 아닌 학생의 대표를 뽑는 행위”라며 “학생회칙이 아닌 학칙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참여의 장 봉쇄하는 학교도 있어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석자은 씨는 지난해 부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진보 2013’을 주최하는 데 동참했다. ‘진보 2013’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12명의 유명 인사가 △정치 △경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에 대해 강연하는 행사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칙 제62조 1항 ‘학생은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를 잣대로 교내 시설 대여를 거부했다. 석 씨는 “이미 2007년 인권위원회에서 개정 권고를 받은 조항이 아직 우리 학교에 남아있어 못마땅하다”며 “단순한 강연회 형태의 행사에 정치인이 참여했다고 정치활동이라 보는 학교 측의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 씨는 올해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폐쇄적인 학교 운영에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평의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홍보위원회 등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공간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회의는 입장이 불가하다. 학교 측이 정보 공개 요구나 총장과의 면담에도 응해주지 않는 점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석 씨는 “△학과 통폐합 △학칙 개정 △F 학점 포기와 관련된 사안도 학생들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학생은 학교 운영에 관여할 수 없으며, 기타 자치활동의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학칙 제62조 2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문수훈 씨는 “다수의 대학에서 부당한 학칙 때문에 문제에 처한 학생이 많아 충격적”이라며 학칙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