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모형 제작해 전달한 조성룡 석좌교수와 제자들

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 조성룡 교수와 제자들이 구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한 세월호 입체 모형 / ⓒ조성룡 교수 페이스북

지난달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총 476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세월호에서 지난 3일 오후 7시 기준 174명이 구조됐고 236명이 사망, 나머지 66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국가적인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 학교 조성룡 교수와 그의 제자들인 디자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원우들이 세월호 구조에 도움을 주고자 모형을 만들어 전달했다.

TV 속보로 우리에게 세월호 소식이 알려졌을 때 즈음, 배는 이미 기울어 갔고 순식간에 뒤집혔다. 조 교수는 구조 활동이 쉽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한 시가 바쁜 상황에서 모형을 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형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배의 설계도가 필요했다. 조 교수는 설계도를 구하기 위해 직접 뛰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설계도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여기 저기 수소문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다들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도면을 제공 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인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그림파일로 된 자료를 구할 수 있었고, 오후 6시에 급히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사회생활을 하는 원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8명의 제자가 모였다. “그 저녁에 올 수 있는 사람 오라고 했는데, 그렇게 모이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인데.” 원우들은 조 교수가 구한 설계도면으로 밤을 새워 선실 모형을 제작했고, 12시간여 만에 제작을 완료했다. 제작 후 전달도 직접 했다. 한시가 바쁜 구조 상황을 고려해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전달하기 위해 진도까지 직접 찾아간 것이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고, 언론사마다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소식을 접한 우리 학교 학생과 시민들은 “잘했다”, “수고했다”는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그런 반응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이게 화제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이지. 나 혼자 한 것도 아니고 대학원생들과 함께 한 일인데.” 그는 학생들이 이번 일을 ‘훈훈한 미담’ 정도로 여기며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의 원장인 그는 현재 우리 학교 디자인대학원 건축도시디자인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평소 전공이 나눠져 있어 다양한 학문을 융합해 배우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단순히 건축뿐 아니라 역사, 문화에 대한 교양을 바탕으로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도시디자인과정은 개설됐다.

이번 사건을 유독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그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건축가인 그가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모형을 제작했듯 정부도 올바른 대응책을 내놔야 하고,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가 일어난 지 어느덧 20여 일이 지난 지금, 이 모든 것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우린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