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나영 기자 (nayoung4798@skkuw.com)

 
BMX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BMX는 ‘Bicycle Motocross’의 약자로 자전거를 타고 흙길을 달리거나 점프대를 이용해 묘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이것은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해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BMX가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이런 우리나라에서 △2009년 호주 RockStar BMX 게임 여자부 세계 1위 △2010년 캐나다 토론토 BMX 잼 여자부 세계 1위 △2011년 독일 BMX 마스터즈 파크 여자부문 2위 △2012년 8월 춘천국제익스트림 대회 남자부 4위 등 전 세계를 휩쓸며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국내 BMX 프로선수 1호 박민이(스포츠13·사진) 학우다.
박 학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사온 BMX 자전거를 통해 BMX 세계에 입문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아버지 덕분에 습관처럼 주말마다 아버지와 자전거를 탔다. 박 학우가 BMX 세계에 푹 빠졌던 것에는 그녀의 성격도 한몫했다. 그녀는 150cm의 작은 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무시당하지 않으려 과격하게 놀곤 했다. 그래서 BMX를 타면서 멍들고 다쳐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느낌뿐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난이도 높은 기술을 연습하다 골절된 적이 있었지만, 이게 바로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이라 생각했다”며 BMX에 대한 열정을 설명했다.
BMX는 레이싱과 프리스타일로 구분된다. 레이싱은 흙으로 쌓은 400미터 트랙에서 여덟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1등을 차지하는 종목이며, 프리스타일은 BMX를 이용해 점프나 공중 묘기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박 학우의 주 종목은 프리스타일로 400미터를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야 하는 레이싱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녀는 “레이싱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레이싱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 여자 레이싱 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학우는 올해 스물다섯 살로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했다. 그녀가 뒤늦게 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2012년 여름 그녀는 심한 어깨 부상을 당하고 운동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계속된 슬럼프로 괴로워하던 그녀는 우연히 ‘국가대표 심리학’이란 책을 접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자 김병현 연구원이 집필해 유명세를 탔던 이 책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심리치료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박 학우는 “운동선수로서 가장 힘든 것은 슬럼프를 겪을 때 내 입장에서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책을 읽으면서 선수들의 불안함을 줄여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스포츠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 학우는 최근 그녀의 이름을 건 청소년 BMX 대회 ‘mini jam’을 계획 중이다. 그녀가 직접 대회 계획서를 만들어 기업들로부터 상품 지원을 받고 장소 섭외까지 마쳤다. 박 학우는 “요즘 BMX 대회가 많이 열리지 않는데, ‘mini jam’이 어린 BMX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고 대회 취지를 밝혔다. 또한 그녀는 해외 BMX 선수들과 함께 중고장비를 팔아 자선기금을 마련하고 어린 선수들의 강습을 진행하는 등 학업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그녀가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BMX가 하루빨리 활성화돼 많은 사람들이 BMX의 존재를 알고 즐기게 되는 것이다. 박 학우는 “앞으로 계속해서 많은 스폰서들을 동원해 큰 대회를 주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추후 계획을 밝혔다. 작은 체구로 우리나라 BMX 역사를 이끄는 그녀에게서 단번에 ‘작은 거인’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그녀의 거침없는 행보가 기대된다.
 

 

▲ 박민이 학우가 프랑스 fise대회에서 백 덤블링을 하면서 180도 도는 플레어 기술을 펼치고 있다. ⓒ박민이 학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