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는 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까> 리뷰

기자명 장진우 기자 (tim8487@skkuw.com)

자선 사업이나 기부 행위는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의료산업에 대한 기부로 여러 병에 대한 치료 기술이 개발된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여러 장학재단의 출현으로 이어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조지 소로스는 왜 자선 사업을 하는가>는 우리가 ‘절대적인 선’이라 여기던 자선 사업의 이면을 월스트리트 금융가들을 예로 들어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현대적 의미의 자선 사업
현대적 자선사업은 산업화로 인해 극빈자를 돌보는 기존 제도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야기된 사회적 혼란에 대한 대응으로 19세기 말 미국에서 탄생했다. 당시의 카네기와 록펠러 같은 산업 자본가들은 자선 사업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탈규제화와 자유로운 시장 경쟁 원리의 도입에 따라 1970년대 말 미국 월가에는 새로운 금융 자본가들이 나타난다. 세계 금융을 대표하는 △마이클 밀켄 △조지 소로스 △칼 아이칸 등이 대표적이다. 월가의 새로운 지배자들은 부의 축적 이후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고 설파하는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금융인들의 자선사업에는 단순한 나눔의 미덕에 대한 고려를 넘어, 도덕적 치부를 자선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내포됐다. 1세기 전의 카네기와 록펠러의 현대적 자선 문화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네기와 록펠러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산업체를 건설하며 부자가 됐고, 재산 축적 과정에서의 비윤리적 측면으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대학 △병원 △복지시설 등을 후원하면서 현대적 자선재단의 모델을 구축했다. 신 금융 자본가들의 ‘명예 회복’과 유사하다.

금융 중심주의를 정당화하는 조지 소로스
조지 소로스의 경우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선 사업을 통해 금융 중심 지배 구조의 정당화를 시도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로 구현된다. 그는 20년에 걸쳐 열린 사회연구소를 운영하며 자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기관은 주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10여개의 재단과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국제적 위상을 갖춘 대학을 아우르는 조직이다. 조지 소로스는 특히 자신의 자선 프로젝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부유럽대학을 통해 비판 담론의 주체들을 조절의 전문가로 전향하도록 이끌었다. 조지 소로스는 시장 자본주의의 저격수 역할을 자청하는데 이 역시, 현대 자본의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걱정에서 기인한다. 자신의 입지 유지를 위해 국제적 수준의 자본주의 조절 능력을 재건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 번역가인 김태수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는 “소로스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금융 중심의 지배 구조를 정당화하며, 대안적인 담론 발생을 억제 했다”고 설명했다.
책의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선사업의 숭고한 동기에 오점을 남기려는 시도라며 비판한다. 또 자선사업이 그 동기가 어떻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책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책은 기존의 통념으로 여겨지던 ‘기부’에 새로운 사회학적 비판을 제기하는 점에서 그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