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수민 기자 (skkusue@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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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聲優):목소리로만 연기하는 배우. 국어사전에는 성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흥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목소리의 주인공인 ‘성우’가 주목받고 있다. 항상 스크린의 뒤에 감춰질 수 밖의 운명인 그들.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알기 힘들었던 그들. 우리나라 성우들은 언제부터 생겨났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성우의 시작
우리나라 성우의 역사는 방송의 역사와 함께한다. 1927년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고, 텔레비전 방송은 1956년이었다. 연출자도, 연기자도 모두 방송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다. 말 그대로 그 날 만들어 그 날 바로 내보내야 했던 시기. 이런 환경에서 방송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연극을 하던 연극인이 주로 이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전문적인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방송사는 공채로 성우를 뽑게 됐다. 우리나라 정식 성우들은 각 방송사에 의해 공채로 선발된 후 일정 시간 뒤 의무적으로 프리랜서로 전환해야 한다. 성우에게 있어 공채에 합격한다는 것은,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는 늘어갔고, 그에 따라 방송 시간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방송 컨텐츠 개발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고 그때부터 ‘외화’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지금과 달리 우리 글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당시, 자막보다는 더빙을 하게 되면서 성우의 역할은 더욱 커졌고 어느덧 방송사의 일원으로 자리 잡게 됐다.

 과도기 겪는 성우 업계, 인식 개선 필요해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성우 업계는 과도기적 현상을 겪고 있다. 최근 각종 애니메이션 영화에 ‘아이돌’ 성우를 써 영화의 질을 낮추는 것에 대한 논란이 생겨나며 성우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외국의 경우, 연예인이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는 일은 거의 드물다. 한다 하더라도 조연을 맡기거나, 헐리웃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연예인 더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영화가 유명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조연을 맡거나 그 역할을 최소로 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국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는 오는 과정에서 ‘아이돌’ 성우가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슈 메이킹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외화의 더빙판을 ‘유치하다’고 바라보는 인식도 문제다. 더빙은 단순히 말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 문화를 우리나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의 완충작용을 해주는 것이 바로 더빙이다. 이런 더빙의 역할을 단순히 유치하고 어색하다고 느낀다면, 우리가 너무 외국의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성우, ‘소리’있는 한 사라질 수 없어
과도기적 상황에서 여러 진통을 겪으며 열악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성우를 꿈꾸는 지망생들은 늘어간다. 성우는 항상 비주얼의 뒤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주얼이 진화하듯이 소리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지상파 방송을 넘어 케이블과 모바일 시장으로 넘나드는 시대에서, 성우의 역할은 방송을 넘어 ‘소리’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성우가 단순히 ‘캐릭터 뒤에 숨은 방송인’만이 아닌 이유다. 성우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성우도 사라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