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나다영 기자 (gaga0822@skkuw.com)

남미의 대표 작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지난달 17일 타계했다. 20세기 문학의 이정표로 불리며, 현존했던 작가 중 최고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백 년간의 고독’과 얼마 전 한 드라마의 소품이었던 ‘콜레라 시대의 사랑’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마술적 사실주의’
그의 소설은 왜 시대의 명고전이라 불리는가. 아마 작가가 당시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선’에 딴죽을 걸어 독자에게 신선한 경험을 줬을 것이다. 당시 서유럽과 미국 소설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중시하는 사실주의나 자의식에 매몰된 모더니즘에 빠져 ‘소설의 죽음’을 예고 받은 상황이었다. 이에 마르케스는 서구중심적인 사상에 반발하고 주변부로 여겨지던 라틴아메리카의 고유한 특성을 소설에 담았다. 그는 노벨상 연설문에서 “가장 큰 고독은 우리의 삶이 존재한다고 믿게끔 만드는 고유한 특징들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탄생한다. 소설 속 상황들은 가히 거짓말 같은 상황들을 사실로 보여지는 것들과 교차시킨다. ‘마콘토’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우르슬라 5대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리면서 유사한 특징을 가진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탄생하고 소멸하며 거짓말 같이 다시 생겨난다. 마을을 방문하는 집시들은 팔팔 끓고 있는 얼음을 팔고,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아이는 뱀으로 변한다. 이 비현실적 요소들은 어릴 적 읽던 동화가 100배 정도 많은 등장인물과 광활한 스케일로 진화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그의 문체는 어릴 적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이나 유령이야기를 밤마다 이야기해줬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기억으로부터 온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만의 사실적인 ‘시선’
하지만 그의 소설의 위대함은 이러한 ‘마술적’인 요소들에 있지 않다. 마르케스의 저서를 주로 번역한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핵심은 환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주의’에 있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가치 있게 여기는 유럽의 논리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작가가 살던 곳에서는 그 현상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실제 1800년대 스페인의 통치로부터 해방된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폭력의 시대’를 거친 콜롬비아의 ‘고독’을 담았다. 당시 양당제도와 바나나 농장처럼 미국에서 적합한 제도로 여겨졌던 제도들이 콜롬비아에 적용됐다. 그러나 콜롬비아에서는 잦은 전쟁과 노동착취를 불러왔다. 제국주의라는 타인의 시선을 적용한 폭력으로 각 국가가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특징들이 사라져간 것이다. 그의 ‘마술적 사실주의’는 사라져가는 라틴아메리카만의 특성을 환상적인 사실로 그려내 자생시킨 것이다.
당신은 어떤 소설을 읽을 때 재밌고 의미 있다고 여기는가. 삶에서 추억되는 몇 권의 소설에는 세상을 꿰뚫는 어떠한 메시지가 있다. 마르케스의 소설이 1980년대 사라마구, 파블로 네루다와 같은 전 세계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유는 단순히 환상적 이야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제국주의 시대에서 자신의 전통과 고유성을 지키려는 작가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선 고독을 언어로 표현해내야 한다. 마르케스의 타계에 전 세계의 언론이 그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와 경쟁사회가 너무도 당연히 여겨지는 이 시대에 새로운 ‘시선’을 시사하고 표현하는 작가를 원하는 외침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