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보윤 기자 (drboyoon@skkuw.com)

8년째 표류하던 평택 브레인시티 사업이 결국 무산된 모양새다. 기나긴 기다림이 무색하게 끝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 작은 농촌 마을의 주민들은 아직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토지가 산업 단지로 강제 수용되자 빚더미에 앉았다. 그럼에도 사업을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토지 보상금 수령까지 미루겠다며 버텼다. 이들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자본금 5억 원짜리 회사가 4조 억 원 규모의 사업을 맡는데 따르는 위험은 없었을까? 애초에 위험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생겼다. “위험성 검토는 외부 전문가가 맡았는데, 그 사람들도 딱 부러지게 말을 못했다.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전화 취재 당시 평택시 관계자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 생길 모든 일을 예상할 수는 없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이번의 경우에도 예고 없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고,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돼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돌변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업 추진이 한창이던 2011년의 설 명절, 시행사가 지역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고가의 굴비 세트를 돌린 것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부족한 사업성을 보완하고 사업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로비를 시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은 차치하고서라도 투명한 절차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사업을 시작한 경기도와 평택시, 그리고 사업을 진행해온 시행사는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학교는 한발 뒤로 물러나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결국 이들만 믿고 기다려온 주민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