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행정12)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10년 봄, 대학가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예슬 학우가 대학 거부 선언을 하고 자발적 퇴교를 한 사건이다. 그녀는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대학에 사망진단을 내리고 그렇게 학교를 떠나갔다. 그리고 같은 해 5월에는 중앙대학교에 다니던 노영수 학우가 두산이라는 기업이 장악한 학교 재단이 주도한 학과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 농성을 벌이다 퇴학을 당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무엇이 평범한 대학생인 노영수를 목숨까지 내걸고 까마득한 타워크레인 위로 올라가게 만들었을까. ‘의혈’ 청년 노영수 학우를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 봤다.
두산의 노골성은 상상 이상이었다. 두산의 이사장은 “현재 대학 교양과목은 구청 문화센터 수준이다. 이런 걸 대학이 가르칠 필요가 없다.”며 기존의 교양과목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학생들은 모두 ‘회계와 사회’라는 과목을 들어야 했으며 실용적인 교양교육을 위해 교안을 일원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교안에 제시된 교양과제는 다음과 같다. “두산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취하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안서를 작성하라.” 중앙대학교는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도 철저하게 제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학내 게시물, 교지를 검열했다. 대학 기업화를 비판한 글이 실린 교지를 전량 회수하고 교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박용성 이사장은 “중대 애들은 돌머리인데 어떻게 학자로 키워 낼 수 있겠나?”라며 대대적인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교수들을 네 등급으로 나누고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잔디광장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잔디’밭’이 조성됐다. 학생들이 대학의 약탈적 기업화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두산 그룹을 두둔하기에 급급했다. ‘국토대장정 참가?총학생회?두산 입사’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우리 학교는 1991년 11월 재단인 봉명그룹의 부도로 ‘침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1996년 삼성이 인수한 뒤 학교 경영에 참여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의 투자를 바탕으로 착실히 성장한 성균관대학교는 2013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순위에서 전체 대학 중 3위, 4년제 종합대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성균관대를 삼성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며 우리를 대기업과 대학의 상생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성대신문의 결호 사태, 잔디밭이 된 금잔디 광장, 평택 제3캠퍼스 조성 시도, 총학생회와 학교 측의 모종의 연결 고리를 볼 때,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든다.
지원이 필요한 대학과 이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대기업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학문의 발전을 통해 사회 문제를 성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기업의 논리가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잠식한다면 대학에는 진짜 사망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불안한 미래에 잔뜩 겁에 질린 학생들에게 협박이 아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대학,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환경이 조성된 대학, 성균관대학교가 그런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김명호(행정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