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윤재 기자 (songyoonjae92@skkuw.com)

 

 ▲ 토론을 진행 중인 SKFC 학우들의 모습. / 한영준 기자 han0young@skkuw.com

 살짝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그들은 이내 불꽃 튀는 토론을 이어갔다. 준비한 내용을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은 제한시간이 아쉬워 보였다. 자유토론에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제한시간이 넘어서도록 격앙된 목소리는 한 치의 물러섬도 몰랐다. 마무리 발언으로 격렬했던 토론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웃음 짓는 그들의 모습에서 토론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지난달 30일, 국제관 세미나실에서 토론동아리 ‘SKFC’(SungKyunkwan Forensic Club)를 만났다.
 이날은 SKFC의 ‘19기 신입 토론대회’ 예선이 있는 날이었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해야 한다’를 논제로 2명씩 구성된 4팀이 찬반으로 나뉘어 경합을 벌였다. 격렬한 토론 이후에는 선배들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쏟아졌다. 스피치자세부터 내용까지 구체적인 사례와 논리구조를 제시한 꼼꼼한 피드백이었다. 토론 후, 아직 상기된 표정인 19기 정주연(인과계열14) 학우는 “부담감을 많이 느껴서 그런지 아쉬우면서도 후련했다”고 말했다.
 SKFC는 우리 학교 이상철 교수(학부대학)의 도움을 받아 2005년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소진 회장(경제12)은 “서울 지역에서 공식적인 토론 방식을 택하는 동아리로는 최초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SKFC는 △경희대 △연세대 △한양대와 더불어 토론 연합을 창설했고, 현재는 11개 대학이 모인 한국대학생토론연합으로 발전했다. 이 연합에 속한 학교들은 공개 세션을 진행하고 정기 토론 대회를 열고 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 SKFC는 △국무총리배 전국대학규제개혁 토론대회 △중앙선거방송 토론위원회위원장배 전국대학토론대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등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고, 교내 ‘성균 토론 대회’에서도 수상자 명단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동아리에 들어온다고 해서 수상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포스터를 보고 들어 온 학우도 토론에 빠져 달변가가 될 수 있는 곳이 SKFC다. 김 회장은 “토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배경엔 SKFC만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있다.
 SKFC는 매주 수요일 ‘세션’을 진행한다. 세션의 논제는 실제 토론대회의 주제거나,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기본적인 토론 방식은 우리 학교 ‘스피치와 토론’ 시간에 배우는 ‘CEDA’(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토론에 자유토론을 추가한 ‘복합 CEDA’다. △입론 △교차조사 △자유토론 △마무리발언으로 진행되고 순서마다 제한시간을 둬 총 56분이 주어진다. 매주 무작위로 선정해 즉석에서 스피치를 하는 ‘1분 스피치’를 통해 순발력을 키우고 대중 공포증을 극복하도록 한다. 이번 학기로 4회째 실시하고 있는 신입 기수 토론 대회는 신입 기수들의 실력 검증과 공식 토론대회 준비를 위한 첫 단계이다. 신입 기수들은 4주 동안 선배들과 조를 이뤄 토론 전반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는다. 이 기간에 선배와 후배가 한 팀을 이뤄 동아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토론에 바로 참여해 배운 내용을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더해 토론 분위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18기 이지호(중문13) 학우는 “창설 이래로 엄격한 피드백을 중시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위해 휴대전화도 모두 걷고 토론 중간에 나가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토론에 대한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 세션과 토론 준비를 위한 장소 대여에 애를 먹는 점이 그렇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SKFC는 중앙동아리에 도전하고 있지만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중앙동아리 진입에 실패했다. 이미 중앙동아리에 토론 동아리가 있어 비슷한 유형의 동아리는 뒷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SKFC는 토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세션을 진행한다. 토론 문화가 예능방송까지 번진 지금, 이들의 ‘썰전’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