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송윤재 기자 (songyoonjae92@skkuw.com)

 

 

▲ 고동진 동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연장 10회 말 점수는 7대7. 무사 주자 2루. 안타 하나면 역전! 고동진의 땅볼 타구! 1, 2간~ 빠집니다~ 그사이 2루 주자 홈으로 들어옵니다~ 연장 10회 말 고동진의 끝내기 안타~ 고동진이 해냅니다!” 지난달 19일 한화 이글스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화 이글스의 주장인 고동진(스포츠00) 동문. 그를 지난 9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만났다.

 ‘희생’과 ‘노력’으로 프로의 세계에 서다
 “대학생활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화 이글스에 2차 4번으로 지명받았지만 고 동문은 프로가 아닌 대학교를 선택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대학교 진학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타석에서의 투지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서글서글한 인상과 차분한 말투에서 대학생활의 낭만을 좇는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전력 보강에 한창이었던 우리 학교 야구부는 고 동문이 2학년이 되고부터 우승하기 시작했다. 프로에서는 날렵한 몸매로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고 있지만, 학창시절에는 클린업 트리오에 속해 타선의 중심역할을 했다. “학교 다닐 때는 1루수에 4번을 쳤어요. 말 그대로 ‘거포’였죠” 4번 타자면 중심타선으로 홈런을 치며 우승에 많이 기여했을 것이다. 클린업에 서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진 않을까. “지금은 테이블 세터가 맞는 거 같아요. 클린업에 대한 야망은 없습니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였지만 얼굴에 약간의 미련이 어린 듯했다.
 프로야구에 입문하면서 고 동문은 포지션과 타순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팀의 사정에 맞게 테이블 세터에 합류했다. 거포에서 테이블 세터가 된다는 것은 방망이를 짧게 잡는 등 타격 자세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개인의 타격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1루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도 변경했다. 고 동문이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지녔기 망정이지 사실 포지션을 바꾸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이때부터 ‘팀’과 ‘희생’이라는 단어가 고 동문에게 붙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희생’만으로는 현재의 위치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피나는 연습이 동반돼야 희생도 빛이 나는 법이다. 사실 연습벌레들은 어느 곳에나 있다. 고 동문은 “야구는 그 상황에 맞는 연습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라며 자신의 훈련 노하우를 밝혔다. “무턱대고 배트만 휘두르면 노동일뿐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프로에서도 기복 없는 야구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테이블 세터로 정착하기까지 숨겨진 그의 노력은 이미 대학 시절 완성됐다.

 한화를 향한 독수으리!
 프로야구에서 ‘고동진’이라고 하면 수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외야에서 노바운드로 홈 송구가 가능한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범위가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말 펜스 앞까지 전력 질주해 타구를 잡아낸 명품수비는 고 동문의 장점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수비는 당연히 해야 하기 때문에 강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보다는 경기에서 긴장을 안 하는 것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는 ‘가을 남자’라는 호칭이 어울린다. 2007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타수 4안타를 기록하는 등 큰 경기에 강한 장점이 드러났다. “2006년도 한국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참 아쉽게 패배했었죠. 가을 야구를 또 해야 할 텐데…”
 이번 시즌에 한화 이글스는 이용규와 피에를 영입하며 외야수 보강에 힘썼다. 여기에 기존 선수들이 더해져 외야의 경쟁이 심해졌다. 그러나 고 동문은 치열한 경쟁이 팀의 경기력을 향상하고 개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많이 못 나가는 것이 아쉽죠. 하지만 프로는 경쟁이 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또한 올해 고 동문은 한화 이글스의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주장으로서 작년에 최하위를 기록했던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겨울부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작년에는 초반에 무너지는 경기가 많아서, 올해는 악바리 기질을 보이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습니다.” 고 동문의 바람이 이뤄지듯 한화 이글스는 지난 시즌에는 볼 수 없었던 끈기가 생겼다. 주장으로서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주장으로서 모든 일에서 팀이 우선이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흘린 구슬땀도 주장으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과 팀에 대한 희생정신에서 나온 것 아니었을까.
 한국 야구의 전설인 송진우나 장종훈 등 한화 이글스에는 유독 원 클럽맨이 많다. 학창 시절부터 꿈꿔온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그는 선배들의 뒤를 따르고 싶어한다.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힘차게 그라운드로 뛰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주장, 고 동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