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는 평택 미군 기지, 갈 곳 없어지는 기지촌 여성
확장되는 평택 미군 기지, 갈 곳 없어지는 기지촌 여성
  • 나영인 기자
  • 승인 2014.05.12 17:23
  • 호수 1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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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리 캠프 험프리 주변에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영인 기자 nanana26@skkuw.com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이곳에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가 자리하고 있다. 종종 지나가는 헬리콥터 소리를 제외하면 낮에도 이곳은 매우 조용하고 한적하다. 미군들을 위한 영어 간판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번화가인 안정쇼핑거리도 밤이 돼서야 비로소 활기를 찾는다. 쇼핑 거리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미군들이 드나드는 술집과 클럽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주위로는 지어진 지 오래된 허름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한적한 마을 곳곳에 시끄러운 포크레인 소리가 들린다. 안정리는 지금 변화하는 중이다.

2003년부터 논의돼오던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2011년에 ‘용산기지 및 미 제2사단기지 등 주요 주한 미군 기지를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 완료’에 합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평택 안정리에서도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도로를 넓히는 등 주한 미군 기지 확장에 따른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안정리에서는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도시재생계획’을 통해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 개발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개발로 인해 기지촌 여성들이 살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1960~70년부터 기지촌에서 일해오던 여성들의 많은 수는 아직도 안정리에 거주하고 있다. 박정자(가명) 씨는 “연락이 닿는 가족도 없고, 인제 와서 또 어디로 새로 옮겨서 적응하겠느냐”고 안정리를 떠나지 못한 이유를 전했다. 안정리 기지촌 여성을 돌보는 햇살사회복지회 우순덕 대표는 “2003년 여름부터 주한미군 이전 계획에 따라 새 건물들이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할머니들은 점점 갈 곳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시작하기 전까지 이곳 기지촌 여성들은 연탄 난방을 하는 집에서 월세 5~10만 원을 주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공사로 인해 집이 헐리면서 할 수 없이 월세 20~25만 원을 주고 보일러 난방을 하는 곳으로 이사하게 됐다. 안정리에 사는 많은 기지촌 여성들은 기초생활수급 30~35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어, 월세를 제외한 약 10만 원으로 한 달 생활을 버텨야 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정리에 머무르는 기지촌 여성 노인 중 대다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08년 햇살사회복지회에서 진행한 ‘경기도 기지촌 여성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33명 중 90명이 월세로 살고 있으며, 집을 소유한 여성은 불과 5명이었다. 또한 응답자 130명 중 지속적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 113명이나 되지만, 실질적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여성도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렵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조차 받지 못하는 여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족과의 인연이 끊긴 경우가 많아, 사회복지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복지 대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대상자로 선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으로 △렌트 하우스 △산업단지 △문화시설 등이 들어오게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 땅값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모두가 미군기지 확장으로 인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번화한 도시로 성장할 기대를 하는 가운데, 그 누구도 기지촌 여성에 대한 주거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 안정리의 기지촌 지역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여성들은, 그 기지촌으로 인해 현재 보금자리에서 내쫓길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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