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건호 기자 (rheegh95@skkuw.com)

1960년에 실리콘이 발견된 이후, 1980년대 상용화되면서 우리는 실리콘을 최고의 소재로 여겼다. 하지만 2004년 실리콘의 특성을 뛰어넘는 소재가 등장하게 됐다. 바로 ‘그래핀’이다. 그래핀이 발견된 이래로 많은 과학자는 이를 꿈의 소재로 여기며 상용화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현존하는 소재 중 물리적, 화학적 특징이 가장 뛰어난 그래핀을 파헤쳐보자.

▲ 그래핀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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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그것이 궁금하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공유결합을 통해 벌집 모양의 육각형 형태를 만들어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는 물질이다.(그림1 참조) 이 물질은 2004년 맨체스터 대학 교수인 가임과 노보셀로프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이 연구팀은 상온에서 3M사의 스카치테이프를 흑연에 붙였다 떼어내는 방식을 통해 그래핀을 흑연에서 떼어 내는 데 성공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래핀은 0.2nm(1nm는 10억 분의 1m) 두께로 매우 얇지만,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또한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며 신축성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그래핀은 빛의 2.3%만 흡수해도 전자가 마치 질량이 없는 것처럼 움직여 기존 반도체에 사용되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기 흐름이 빠르다. 그래핀을 이용하면 실리콘 반도체보다 100배 빠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응용 분야와 전망
그래핀의 활용 분야는 △유연성을 살린 콘돔 △높은 전도도를 이용한 고효율 태양전지 △물에 잘 뜨면서 내구성이 강한 *인공근육 등 다양하다. 또한 지난 4월, 우리 학교 이효영 교수팀이 개발한 초고용량 축전기와 최근 핵심 트렌드인 △투명 전극 △웨어러블 디바이스 △신축성이 강한 디스플레이 등 최근 전자제품 시장에서 떠오르는 분야까지 이용된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그래핀의 응용 가능성을 보고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 특허법인 MAPS 서형미 변리사는 “현재 그래핀 시장은 기초 및 응용 연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상업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2015년의 세계시장 규모는 300억 불 규모로 예상되며, 이후 2030년까지 연평균 22.1%의 성장률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많은 과학자의 주도적 참여 하에 그래핀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그래서 현재 우수한 그래핀 기술력으로 그래핀 연구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 분야에서 205개로 가장 많은 특허가 출원되고 있으며 OLED, 고강도 복합재 그리고 에너지 저장장치 순으로 특허가 많이 출원되고 있다. 그 결과 미래 그래핀 반도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주목된다.

▲ CVD 합성법. ⓒ이효영 교수 제공
그래핀을 만들다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법은 크게 △셀로판테이프를 이용한 물리적 박리법 △CVD 합성법 △화학적 박리법이 있다. 그래핀의 응용연구를 위해 많은 종류의 합성법이 사용되지만, CVD 합성법과 화학적 박리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먼저 CVD 합성법은 2009년 우리 학교가 고품질의 그래핀 제조를 위해 세계 최초로 도입한 방법으로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 기술은 탄소 용해도가 높은 금속인 니켈을 촉매로 이용한다. 기판 위에 얇은 금속 촉매 층을 만들고 1,100도에서 메탄과 수소 가스를 투입해 탄소가 촉매 층에 녹아들어 가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기판을 냉각해 촉매 층을 제거해 그래핀을 얻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기적 특성이 변하지 않아 유연한 전자 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용한 금속을 제거해야 하고 전사과정 등의 공정과정이 필요하다.(그림2 참조) 화학적 박리법은 산화-환원 과정을 통해 흑연으로부터 그래핀 산화물을 만든 후 박리해 환원시킨다. 화학과 이효영 교수는 “화학적 박리법을 사용해 상온에서 그래핀을 저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지만 CVD 방법에 비해 품질이 낮아지는 게 단점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우리 학교 황동목 교수가 개발한 실리콘 표면 위에 단결정 게르마늄을 얇게 코팅해 그 위에 그래핀을 만드는 합성법 역시 주목받고 있다.(본지 제1560호 기사 참고)

그래핀에 없던 ‘밴드 갭’을 만들어내다
그러나 그래핀은 반도체에 사용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밴드 갭’이 작기 때문이다. 밴드 갭이란 전자가 존재하고 있는 가장 높은 에너지 준위인 밸런스 밴드와 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가장 낮은 에너지 준위인 컨덕션 밴드의 에너지 차이를 말한다. 밴드 갭의 크기에 따라 △전도체 △반도체 △절연체로 구분된다. 밴드 갭이 작을수록 그 물질은 전도체에 가까워진다.(그림3 참조)

▲ band gap(그림3). ⓒ김용덕 교수 제공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래핀의 밴드 갭을 늘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수소나 플루오르를 첨가해 그래판과 플루오르그래핀을 만들거나 나노 리본을 만드는 방식이 있다. 그래판과 플루오르그래핀은 오히려 너무 넓은 에너지 밴드 갭이 생겨 전자소재로서의 활용성에 제한요소가 됐다. 또한, 밴드 갭이 형성되면 이동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푸에르토리코대학 중방천 교수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전기장으로 효과적으로 밴드 갭을 조절해냈다.
기존 나노 리본을 만드는 방법도 공정 단가가 높고 제작 시간이 길며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항공대 이태우 교수팀이 유기 나노 선을 이용한 *리소그라피 방법으로 비용은 줄이고 단시간에 대면적의 그래핀 나노 리본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방법들 외에도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대체할 새로운 2차원 물질들을 찾았다.

 

또 다른 2차원 물질
그래핀에서 시작된 2차원 물질들에 대한 관심은 또 다른 2차원 구조를 가진 소재들로 뻗어 나갔다. 그 중 ‘h-bn’과 ‘이황화 몰리브덴(MoS2)’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물질은 그래핀과 비슷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가지지만 밴드 갭이 존재한다. h-bn은 백색의 흑연이라고 불리는 신소재로 세라믹스에서는 유일하게 기계 가공성이 뛰어나다. 구조는 흑연과 비슷한 육각형 구조로 돼 있어 화학적, 물리적 성질이 흑연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래핀과 달리 밴드 갭이 매우 커 절연체로 작용해 △반도체 관련 장비의 전기 절연재 △방열재 △반도체용 붕소 확산원 등 고순도 특성이 요구되는 용도에 사용된다. 특히 이 물질은 이황화 몰리브덴과 흑연에서는 산화·분해되어 윤활할 수 없는 고온영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그림4 참조)

▲ hbn(그림4)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1936_article.pdf

이황화 몰리브덴(MoS2)은 두 개의 황 원자들 사이에 몰리브덴이 껴있는 구조다. 이 소재의 장점은 그래핀과 비슷한 기계적 강도를 비롯해 구조 특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핀과 달리 밴드 갭이 존재해 *트랜지스터에서 반도체 역할이 가능해 전자, 전기나 태양 전지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재는 전기 스위칭에 사용되는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반응속도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 빠르다. 그래서 초기 과학자들은 이 물질과 그래핀을 합쳐 트랜지스터에 사용할 수 있는 특성들을 가지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그림5 참조)

▲ 이황화 몰리브덴(그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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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황화 몰리브덴의 잠재성을 파악하고 이황화 몰리브덴 소재 자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대면적 성장이 불가능해 실제적인 실용화에 어려움 겪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진이 이황화 몰리브덴의 대면적 성장을 위해 기계적 박리법과 액체 내에서 리튬이온 또는 초음파를 이용한 박리법으로 대면적 기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 또한 2차원 물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SAINT 유원종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물질인 그래핀과 이황화 몰리브덴, h-bn 등을 원자 층 수준으로 수직으로 쌓아 세계 최초로 이차원 물질로만 이뤄진 반도체 메모리를 만들었다.

우리 학교, 그래핀을 선도하다
우리 학교는 그래핀 관련 특허 147개를 출원하며 세계 연구기관 중 1등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 빠르게 그래핀을 연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5년 ‘성균나노과학기술원(이하 SAINT)’을 설립해 그래핀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성균관대 그래핀연구센터’를 세우며 그래핀 상용화를 위해 삼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 그래핀연구센터장 유원종 교수는 “우리 학교에서 그래핀을 연구하는 교수는 약 30명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며,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미국 콜롬비아 대학 등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학술 분야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11년부터 매년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함께 공동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공동 논문을 쓰고 있다.
SAINT는 기초 그래핀 연구를 넘어서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화’와 ‘고품위 그래핀 합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응용 방면에서는 △광학 소자 △에너지 소자 △유연 소자 △전자 소자 △바이오 융복합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성주 SAINT 학과장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을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목표가 실현되면 획기적인 신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고 그래핀의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학교는 향후 그래핀 외의 다른 2차원 물질에 대한 연구를 폭넓게 진행하기 위해 SAINT의 명칭을 '그래핀2d연구센터'로 바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