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은솔 기자 (eunsol_kim@skkuw.com)

 
기자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정면돌파보다 피해가기를 잘하고, 어떤 일에 대해 자기주장을 뚜렷이 펴는 편도 아니었다. 학보사 기자로 일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불의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자상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기자로 활동한 1년여 동안 학내에서 많은 불의를 목격했을 때에도 나서서 입을 열지 못했다. ‘이건 좀 잘못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으로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번 호 특집 설문조사에서 만난 ‘가만히 있는’ 대학생들은 기자 본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77%의 대학생과 함께 기자는 문제 해결의 필요는 느끼지만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있어왔다.
이런 기자에게 생애 처음으로 참여한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는 너무나 큰 의미로 다가왔다. 부끄럽지만, 취재 목적이 아니었다면 참여할 엄두도 못 냈을 거다. 기자는 지난 토요일 오후 홍대에서 2시간 동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그들과 나란히 걸었다. 처음엔 어색했고, 나중엔 부끄러웠다. 본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거리로 나와 ‘가만히 있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들. 유가족의 이야기에 함께 눈물짓는 사람들. 그렇게 그들은 침묵으로, 그러나 누구보다 무겁게 말하고 있었다. 시위를 마치고 이어진 자유발언 시간에 “사람들은 슬픔을 공유하지만,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눈을 감아버린다”고 말하던 어느 아주머니의 말씀. 태양 볕 아래 굳게 다문 입, 손에 들린 ‘가만히 있으라’ 피켓과 하얀 국화꽃은 아직도 아른거린다.
사실 앞으로도 누군가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면 ‘싫어!’라고 소리칠 수 있는 용기는 없다. 아마 주저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그래야 해?’라고 물을 수 있는 용기는 갖게 된 것 같다.